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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화의 마지막 꽃’… 허백련의 예술세계

입력 : 2015-11-29 20:21:29 수정 : 2015-11-29 2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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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 내년 2월까지 특별전 허백련(1891∼1977)은 어릴 때 대학자인 정만조로부터 한학과 시문, 글씨를 배웠다. 그림을 가르쳐 준 건 허형이었다. 일본에 유학하면서 중국 서화를 접했고, 남화 부흥의 기수였던 고무로 스이운을 만났다. 대학자로부터 학문을 배운 이력, 김정희에게 맥이 닿아 있는 그림 선생의 존재, 일본 유학은 허백련이 근대 이후 남종화(북종화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문인화로도 불린다)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바탕이 됐다.

국립광주박물관이 허백련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을 내년 2월까지 개최한다. 허백련은 김정희, 허련, 허형으로 이어지는 남종화의 맥을 계승하고 마지막 꽃을 피운 화가로 평가된다. 또 평생 선비의 풍모를 잃지 않아 제자 교육에서도 재주보다는 그림의 격을 중시했다. 전시회는 이런 경향이 형성된 과정을 먼저 쫓는다.

허백련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허련의 방계 후손이다. 어려서 한학과 서화를 익혔고, 화가로 뜻을 굳힌 것은 일본 유학에서였다.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추경산수’로 최고상을 수상했고, 1937년에는 ‘연진회’를 결성해 남종화의 부흥에 매진했다. 그는 산수화를 즐겨 그렸는데 선이 부드럽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계산정취’는 ‘추경산수’와 같이 1920년대 허백련의 산수화풍을 보여준다. 1940년대 작품인 ‘금강산도 병풍’은 금강산 여행에서 스케치한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실경산수화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허백련의 예술세계를 가장 잘보여주는 것은 ‘산수’(사진)다. 특유의 화풍과 함께 명나라 말기의 서화가이자 이론가인 동기창의 ‘남북종화론’를 써놓아 외형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의미, 문기(文氣)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계화조’ 병풍이나 ‘이조명춘’, ‘이진팔황’ 등도 운치있고, 담담한 품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회에서는 정운면의 ‘산수도’, 허백련의 동생 허행면의 ‘채광’, 김정현의 ‘유달청람’ 등 제자들의 작품도 전시해 광주의 전통화단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광주가 왜 예향인가’라는 담론의 실천으로서 마련되었다”며 “전통의 의미와 가치, 창조적인 계승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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