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밤은 유난히 짧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근무·학업 시간 등 때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귀가하지 못하는 직장인, 학생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수면부족과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 OECD 18개국 평균(8시간22분)보다 33분 짧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7000만명(전체인구의 약 25%)은 뭔가에 집중하느라 충분한 잠을 못자고 있다. 업무 등으로 하루 평균 6시간도 채 잠을 못잔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 등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수면시간은 △성인 7∼9시간 △청소년 8∼10시간 △초등생은 9∼11시간 등이다.

◆잠은 낭비 아닌 투자
바쁜 현대사회 수면부족·장애가 큰 문제가 될까. 모 침대 광고를 보면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나 ‘자동차왕’ 헨리 포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사들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는 데 쓰는 것은 죄악”이라고 입을 모으지 않는가. 하지만 실재를 따져보면 이는 침대 제조업체의 상술일 뿐이라는 게 지난 25년 간 수면과학을 연구해온 앤서니 마시 박사의 분석이다.
마시 박사에 따르면 잠은 삶의 사치(luxury)가 아닌 필수(necessity) 요소다. 적당량의 잠을 자야 낮 시간 동안 지치고 파괴된 신체 세포와 조직을 복원할 수 있다. 특히 수면은 뇌의 건강과 직결된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억과 창의력 등 인지활동이나 감정 등에 있어 정상적일 수 없다. “잠은 인생은 사치입니다. 저는 하루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봅니다”고 자신했던 에디슨 또한 틈틈히 낮잠으로 수면시간을 채웠다고 미국의 수면전문가 리처드 로젠버그 박사는 지적했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있는 침구업체 솜노슈어의 케빈 애스프 최고경영자(CEO)는 잠이 음식, 운동과 함께 건강을 위한 3대 요소라고 주장한다. 애스프 CEO는 “수면부족과 각종 사고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졸음운전 때문에 한해 약 100만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 50만여명이 다치고 8000명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또한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2.5%는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NHTSA는 18시간 동안 잠을 못잔 운전자의 경우 혈중알콜농도가 0.05%(면허정지 수준)인 음주운전자와 마찬가지고 24시간 깨어있다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인지판단 능력이나 신체 활동에 있어 혈중알콜농도가 0.10%인 만취자와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7시간은 자야 정상생활
미국 당국은 최소 하루 7시간은 잠을 자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면시간이 나이와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새벽에 일찍 깨는 노인들도 낮시간 동안 꾸벅꾸벅 졸고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들어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운다고 ‘숙면의 기초 기술’의 공동저자 리타 브룩스는 주장했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NSF는 △자기 전 과다한 식사나 술·커피를 피하라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라 △낮에 충분한 햇빛을 쬐라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과 웹서핑 등을 피하라 △실내온도를 18∼22도로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졸음운전의 경우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동승하라 △주기적으로 쉬어라 △운전 중 졸리다면 정차한 뒤 15∼20분간 눈을 붙이라고 NHTSA는 당부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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