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대학교 로빈 멜레커 교수가 최근 “홍콩 죄수들이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보다 더 많은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릉쿡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는 5일 동안 점심 먹은 뒤 가지는 자유 시간 25분, 쉬는 시간 20분 등을 포함해도 체육 시간 등 야외 활동 시간은 295분에 불과했다. 반면 매일 60분씩 운동을 하는 교도소 수감자들은 5일 동안 적어도 300분 동안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메켈러 교수는 전했다. 그는 “두 집단 간의 차이는 5분에 불과하지만 이는 홍콩 학생들이 얼마나 학업과 앉아서 하는 수업에 매달려야 하는 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세에서 17세 이하 학생들의 경우 매일 60분 이상 육체를 활용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홍콩은 이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학업에 집중돼 있는 홍콩의 교육 구조는 학생들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학기가 시작한 뒤 홍콩에서는 이날까지 6개월 동안 22명의 학생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고 여기에는 11살 아동도 포함됐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매년 평균 23명이 자살한 것과 비교하면 홍콩 학생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 내 전문가들은 운동이 학생들의 주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공부에 방해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운동이 오히려 상황 대처 능력, 창의성을 키워주고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멜레커 교수는 “운동을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며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도 야외활동의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SCMP는 그래픽을 통해 홍콩, 한국, 핀란드, 영국, 미국, 인도의 학업 시간과 특징을 비교 분석했다. 이 그래픽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평균 5시간 이상 방과 후 수업을 듣고(홍콩 4시간), 가계지출의 20%를 교육비로 쓰는 나라로 소개됐다. 또 한국 학생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도 SCMP는 적시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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