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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봄바람의 설렘처럼, 일렁이는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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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5 21:22:26 수정 : 2016-04-05 22: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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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 ‘성산일출봉’
박생광(1904~1985) 화백이 생의 끝자락에 그린 ‘성산일출봉’은 기가 넘쳐흐른다. 마음이 일렁거리는 풍경이다. 피안으로 난 길이 그 어디쯤 있을 것만 같다. 이 그림을 그리던 해에 박 화백은 “내가 화가로서 일생을 마치는 일은 행복이라기보다는 어쩜 인연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세에 가서도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만일 그림을 안 그렸다면 중이 되었을 것인데, 그랬다면 계율을 지켜야 했으니 인간으로서 너무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부처님이나 조물주가 육신을 만든 것은 있는 그대로 살다가 가라는 것이 아닌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담 스님과 교류한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화백은 인생 후반기에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찾아세우는 데 집중했다. 샤머니즘의 색채, 불교의 탱화, 절간의 단청 등이 자신의 종교인 것 같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이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그대로’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문인화를 싫어했다. 하지만 중국의 제백석이나 오창석의 수준 높은 문인화는 예외로 여겼다. 그것들을 우리 식으로 흉내 낸 것들에 대한 혐오다.

요즘 연예인 작가들을 대하는 프로작가들의 태도와 많이 닮았다. 뼈를 깎고 피를 토하듯 매달려도 좋은 작업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여기(餘技)로 작업한 것을 가지고 대중 앞에서 어필하려는 모습이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언론이 대중스타를 연예뉴스 다루듯 스타 작가로 띄우는 것에 심한 불쾌감을 표하는 것이 전업작가들이다.

어찌됐건 봄꽃의 계절이다. 박 화백의 채색화 중에서 유일하게 설레는 봄바람이 느껴지는 작품이 ‘성산일출봉’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연애감정 같은 감성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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