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년 약체 이미지가 강한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1984년과 1992년에는 ‘안경잡이 우완 선발투수’가 있었다. 1984년에는 ‘불세출의 투수’ 고 최동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6차전 구원승, 7차전 완투승 등 혼자서 5경기 4승1패를 거두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강병철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최동원에게 1,3,5,7차전 등판 준비를 지시하며 “동원아, 우짜노. 예까지 왔는데”라고 미안해하자 최동원이 “네, 알았심더. 함 해보입시더”라고 받아들였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 |
박세웅 |
![]() |
최동원 |
![]() |
염종석 |
하지만, 롯데는 이후 한국시리즈에 딱 두차례(1995, 1999) 진출했을 뿐 24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이처럼 인고의 세월을 견딘 롯데에 최동원과 염종석의 향기를 풍기는 ‘안경잡이 우완 에이스’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바로 프로 3년차 박세웅이다. 1군 무대에 데뷔한 지난 시즌 박세웅은 2승11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성장통’을 겪었다. 비록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롯데는 꾸준히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기용하며 ‘미래의 에이스’로 키웠고, 올 시즌 그 결실을 맺었다. 겨우내 80kg까지 찌운 체중 덕에 박세웅의 직구는 시속 150km까지 올랐다. 여기에 낙차 큰 포크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구사도 한층 더 능숙해졌다. 박세웅은 8일 시속 150km 직구와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선을 농락하며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5승(4패)에 성공했다. 평균자책점도 4.55로 낮췄다. 롯데 토종 선발 중 최다승이자 최저 평균자책점이다. 이제 엄연히 롯데 토종 에이스는 박세웅이다. 아직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데뷔 첫 10승도 기대해봄 직하다.
박세웅의 잠재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경험이 더 쌓이면 롯데를 넘어 KBO리그를 호령할 에이스로 성장할 재목이다. 지금까지 롯데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역사를 살펴볼 때 부산 롯데팬들의 오랜 기다림은 박세웅이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날 때 이뤄지지 않을까. 박세웅이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이을 그날을 기다려본다.
남정훈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