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사내에서 ‘족집게’로 통한다. 야구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비더레’ 선수를 직장 동료들에게 추천해주는 일이 많다. 김씨의 적중률이 높아, 심지어 부장까지 김씨에게 은밀하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은 ‘비더레’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며, 퇴근길 자신이 선택한 선수의 야구 중계를 지켜보면서 즐거운 상상을 한다.
※위 사례는 비더레 관계자 및 참여자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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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투아이 |
비더레는 스포츠 통계 사이트 스포츠투아이의 프로모션 사업 중 하나로 프로야구 경기에서 매일 1명의 타자를 선택하고, 그 선수가 안타를 치면 성공하는 게임이다. 지난해부터 50게임 연속으로 성공하면 1억원의 상금을 손에 쥘 수 있도록 룰이 바뀌었다. 시행 첫해인 2014년엔 40게임 연속으로 성공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었고, 무려 39명의 성공자가 나와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엔 비더레 48게임 연속 성공자가 최다로, 성공자의 맥이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은 올해 성공자가 나올지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6 KBO 리그에선 13일까지 42콤보가 최다로 기록됐다. 스포츠투아이 관계자는 “올해엔 최다 2명 정도의 성공자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작년과 대비했을 때 이용자들이 성공하는 페이스가 좀 더 빠르다”고 귀띔했다.

‘비더레’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선수로는 민병헌(두산)이 뽑혔다. 민병헌은 3년 간 ‘비더레’ 선수 득표수 상위 5걸에 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2013년부터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하며 기복 없는 타격을 선보이고 있기에 많은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다.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선수는 손아섭(롯데)이다. 손아섭은 2014년 6월 15일에 열린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4만 497표를 받았다. 이날 경기서 손아섭은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비더레’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도 존재한다. 지난해 48경기 연속 성공한 아이디 ‘갓갓퍼트’의 유저는 49경기 째에서 2015년 9월 9일 롯데와의 경기에 출장한 이명기(SK)를 선택했다. 이명기도 구단 관계자를 통해 경기 전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는 후문. 그렇지만 ‘대기록’ 수립에 대한 부담이 컸을까. 이명기는 그날 경기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이 외에 2014년 성공자 중 아이디를 본인의 어머니 명의로 등록해 상금을 수령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최근 프로축구의 전북 현대 등 승부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비더레’와 관련한 부정행위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야구팬들이 즐기는 문화가 조작으로 얼룩져 스포츠 정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투아이 관계자는 “2014년 6~7월쯤 디도스 공격을 받은 적 있다. 그 외에 부정행위가 특별하게 적발된 사례는 아직 없다. 지속적으로 조작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더레’의 당첨금 지급 구조에 대해 관계자는 “당첨금에 대해서 별도의 금융상품을 통한 리스크 헷지(기업의 자산손실을 방지하고자 하는 활동)를 했다”며 말을 아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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