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죄수사대는 16일 A(41)씨에 대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B(46)씨 등 7명(법인 3곳 포함)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힘센엔진의 노즐부품은 선박의 안전운항과 직결되는 선박엔진의 연료분사장치로, 선박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되는 질소산화물(NOX) 등 인체에 유해한 대기오염 미세먼지(발암물질)의 배출 저감을 위한 엔진의 핵심부품이다.
A씨는 또 세계 유명 노즐부품 회사 3곳의 정품을 위조한 선박용 부품을 생산한 뒤 이들 회사의 상표와 상호, IMO(국제해사기구) 인증번호 등을 제품에 타각(표시)하는 수법으로 정품이라고 속여 2009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15억원 상당의 제품을 중국 등에 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5월께 중국에서 레이저 타각기를 국내로 반입해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한 뒤 제조한 부품에 세계 유명 노즐회사의 상표와 IMO번호 등 인증번호를 은밀하게 직접 타각해 정품인 것처럼 판매하기도 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선박엔진 부품 유통업체인 일명 '서플라이업체'를 운영하는 B씨 등 3명은 A씨가 제작한 복제품 또는 미완성 타각 제품을 매입해 정품과 동일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하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수법으로 2010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6억원 상당의 복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거나 유럽 등에 수출한 혐의다.
금속제품에 문자를 레이저로 타각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C(51)씨는 이들로부터 500~4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선박부품에 상표, 상호, 인증번호 등을 정품과 동일하게 타각해 준 혐의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엔진 노즐부품(연료분사장치) 등 핵심부품에 대해 엄격한 승인절차를 거쳐 이에 적합한 부품에 한정해 인증번호와 EIAPP(국제기관대기오염방지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선박 부품에 IMO 인증번호가 없으면 각 나라별 항만국통제(PSC) 선박검사에서 선박 출입항 통제를 적용하고 있다.
해경은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선박엔진 부품의 복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짝퉁 부품을 수집·추적, 부산 사상구에 있는 C씨의 업체를 압수수색해 2만5000여 점을 불법으로 타각해 준 비밀장부를 확보했다.
이어 해경은 A씨가 거래업체를 사주해 다른 사업장에 숨겨둔 노즐과 플런저 복제품(315점), 플라스틱 용기(3332점), 위조 스티커(1만1355점), 거래내역 등을 압수했다.
해경은 "노즐부품 등 연료분사장치는 선박엔진의 핵심부품으로, 정상 제품에 비해 재질, 성능기준 등이 보장되지 않은 복제품을 선박에 장착·운항하면 엔진고장에 따른 해난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면서 "해양 대기환경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선박엔진의 위조 노즐부품을 마치 국제협약 대기환경 규제에 적합한 것처럼 부품에 인증번호를 무단 도용한 사례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1999~2015년까지 1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힘센엔진은 국내 최초의 500마력 이상 중형 선박용 디젤엔진으로, 조선분야 7대 국가핵심기술(산업통상자원부 고시)이자 중형엔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씨가 부정하게 취득한 설계도면은 현대중공업 힘센엔진 노즐부품 기술의 약 90% 정도로, 선박엔진 수명이 3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한 잠재적 경제적 피해는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특히 A씨가 취득한 설계도면 중에는 현대중공업이 양산을 앞둔 3만5300마력급 최신모델 노즐부품 기술(24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경은 전했다.
해경은 A씨가 중국에서 선박용 노즐부품 생산 사업장을 운영한 사실을 확인, 핵심기술의 중국 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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