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기업형 슬롯머신 업소 운영하다 YS정권때 구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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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씨가 지난 1998년 9월 22일 서울지검에서 거액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구속되고 있다. |
13일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올 8월 한남동의 100억원대 자택을 현직 언론사 회장인 A씨에게 매각하려다 가족들의 반대로 계획을 접었다. A씨에게선 이미 계약금조로 10억원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A씨가 계약 이행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정씨는 급기야 A씨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을 가스총으로 협박해 물의를 빚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정씨의 형법상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해 지난달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가 보완 수사를 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고령에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1980∼1990년대 소위 '잘 나가던' 슬롯머신 업자였다.
고아 출신이던 정씨는 70년대초 청량리에서 전자오락실을 운영하며 재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정·관계는 물론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2013년 사망) 등 조폭의 비호를 받으며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창일 때는 호텔 5개, 슬롯머신 업소 9개 등 기업 수준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였다.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슬롯머신 대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 대대적인 '사정 한파' 속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검찰은 거액의 탈세 혐의로 그를 구속한 뒤 정·관계 및 법조계 금품 로비 수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의 입을 통해 단순 탈세 사건은 대형 공직 비리 수사로 확대돼 정국을 뒤흔들었다.
당시 '6공 황태자'로 군림했던 박철언 한나라당 의원, 이건개 대전고검장, 엄삼탁 병무청장, 천기호 치안감 등이 정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이들을 수사한 검사가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였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며 그에겐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정씨는 이후에도 도박업계를 떠나지 못하고 원정·상습도박 혐의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다.
정씨는 현재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애초 문제가 된 한남동 자택을 매각해 새 사업을 시작하려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하면서 가족의 조언에 따라 자녀들에게 양도하는 쪽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경찰도 수사 당시 정씨를 소환 조사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현장에서 바로 그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여 수사 진행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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