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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왕실장'… 비판엔 "죄송" 의혹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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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7 18:25:10 수정 : 2016-12-08 1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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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비서실장 모르쇠 일관 철옹성이었던 ‘기춘 대군’도 막판 무너졌다.

7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의원들의 압박 질문에 당황하는 다른 증인들과 달리 시종 정면을 응시하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10시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 전 실장이 참석한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의 토론회에서 최순실씨가 언급된 영상을 공개하자 그도 결국 무너졌다. 영상이 공개되기 전 그는 12시간 가까이 최씨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수십번 반복했다.

박 의원이 청문회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청문회장에서 켠 영상은 2007년 11월19일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후보 검증 토론회다. 영상에선 영남대 재단 등 박 대통령의 재산 취득 경위에 최씨 이름이 언급된다. 김 전 실장은 당시 토론회장에 앉아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될 때까지 최씨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던 김 전 실장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거나, 때로는 입을 굳게 다물기도 하고 물을 마시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전 실장은 동요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말을 더듬었고,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이제 보니까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순실을 알지는 못하고, 접촉은 없었다”고 말하는 표정은 흔들렸다.

김 전 실장이 KBO 총재 시절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두산베어스 홍보과장으로 특강을 했다는 주장에 그가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고 항변하자 박 의원은 “그런건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 하냐”고 다그쳤고, 김 전 실장은 답을 하지 못했다.




꾹 다문 입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재문 기자
추궁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을 담은 자료를 들어 보이며 김 전 실장을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궁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전담 미용사 채용 문서에 찍힌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직인을 제시하며 김 전 실장을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상 공개 직전까지 김 전 실장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종일 “최씨를 모른다”며 “저도 답답하다. 제가 안다면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느냐”고 강변했다. 최씨 측근 차은택씨를 만난 데 대해선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지를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최씨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나 청와대 의약품 구입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전 실장이 특정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모두 “모른다” “알 수 없다”고 발뺌하자 오히려 질문하는 의원들이 흥분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남겨진 세월호 인양 포기로 추정되는 메모에 대한 답변을 한마디도 듣지 못하자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헤어디자이너 정모씨를 모른다고 주장하자 “정치 선배님이시고 한때 존경했던 분 아니냐”며 읍소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김 전 실장의 일관된 ‘모르쇠’는 특검 조사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될 이번 청문회 증언에서 가급적 새 정보를 주지 않고, 고의성을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막판 보인 허점은 종일 ‘미꾸라지’처럼 질문을 피한 보람도 없이 증언의 신빙성에 치명타를 가져왔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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