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의원들의 압박 질문에 당황하는 다른 증인들과 달리 시종 정면을 응시하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10시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 전 실장이 참석한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의 토론회에서 최순실씨가 언급된 영상을 공개하자 그도 결국 무너졌다. 영상이 공개되기 전 그는 12시간 가까이 최씨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수십번 반복했다.
박 의원이 청문회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청문회장에서 켠 영상은 2007년 11월19일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후보 검증 토론회다. 영상에선 영남대 재단 등 박 대통령의 재산 취득 경위에 최씨 이름이 언급된다. 김 전 실장은 당시 토론회장에 앉아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될 때까지 최씨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던 김 전 실장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거나, 때로는 입을 굳게 다물기도 하고 물을 마시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김 전 실장이 KBO 총재 시절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두산베어스 홍보과장으로 특강을 했다는 주장에 그가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고 항변하자 박 의원은 “그런건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 하냐”고 다그쳤고, 김 전 실장은 답을 하지 못했다.




![]() |
꾹 다문 입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재문 기자 |
![]() |
추궁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을 담은 자료를 들어 보이며 김 전 실장을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
![]() |
추궁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전담 미용사 채용 문서에 찍힌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직인을 제시하며 김 전 실장을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 전 실장이 특정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모두 “모른다” “알 수 없다”고 발뺌하자 오히려 질문하는 의원들이 흥분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남겨진 세월호 인양 포기로 추정되는 메모에 대한 답변을 한마디도 듣지 못하자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헤어디자이너 정모씨를 모른다고 주장하자 “정치 선배님이시고 한때 존경했던 분 아니냐”며 읍소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김 전 실장의 일관된 ‘모르쇠’는 특검 조사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될 이번 청문회 증언에서 가급적 새 정보를 주지 않고, 고의성을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막판 보인 허점은 종일 ‘미꾸라지’처럼 질문을 피한 보람도 없이 증언의 신빙성에 치명타를 가져왔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