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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리포트] 미국 리지우드 마을 100년 된 집들 즐비

입력 : 2017-01-26 19:58:01 수정 : 2017-01-26 19: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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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눈이 내렸다. 창문 커튼을 제치고 바라본 바깥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넓은 집 마당에는 동물들의 발자국 모양이 즐비하다. 지은 지 110년 됐다는 집 창문을 삐걱거리며 여는데 정감이 느껴졌다. 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Ridgewoord) 마을은 100년 넘은 집들이 많은 동네다. 리지우드는 미국 동부 맨해튼 북서 방향으로 50분∼1시간 정도 떨어진 베르겐 카운티에 속해 있다. 이 지역은 미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알려져 중·고교 자녀를 둔 한국인이 군데군데 살고 있다. 한 지인은 자녀교육을 위해 지난해 레오니아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중학생인 아이는 가족 중 가장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전 7시대 등교해 오후 3시 하교하면 바이올린과 피아노 2시간 이상씩 연습하고 학교 과제를 3시간 가까이 한다. 틈틈이 혼자 음악을 들으며 시험주간이라 잠을 설치며 공부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동네 주민들은 거의 백인이었다.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인 100년 전 이 동네는 직조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백인들의 마을이었다고 한다. 100년이 훌쩍 지난 이 마을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유지되고 있었다. 100년 전 이 동네의 겨울 난방연료는 석탄이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집 지하에 집채만 한 석탄보일러가 설치돼 있는 집이 있다고 한다. 지인은 리지우드에 살기 위해 인터넷에 매물로 나와 있는 집들을 보러 다녔다. 며칠을 함께 집들을 둘러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70년 된 집(약 6억9000만원)을 봤는데 전혀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중개업자는 “미국 사람들은 집은 가족들이 안락하게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다음에 살 사람까지 배려해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집을 보는 조건이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나무가 많은 공원을 낀 주변이 아름다워 보였는데 오히려 집값은 아주 싸다고 한다. 큰 도로가 있는 곳 역시 경쟁력 없는 집이란다. 지대가 높고 한적한 곳이 더 비싸게 매매된다. 100년 넘은 집(약 5억2000만∼5억 8000만원)이 거의 같은 입지 조건이라도 실내를 완전 현대식으로 고친 집(약 7억3000만원)들은 매수자들이 몰려 입찰경쟁이 심했다. 전체를 수리해 사람들이 몰리는 집 마룻바닥은 여전히 100년 전 그대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30∼40년만 지나면 낡은 집으로 바뀌어 재건축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주택에 대한 개념이 다시 확립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뉴욕= 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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