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주민들은 거의 백인이었다.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인 100년 전 이 동네는 직조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백인들의 마을이었다고 한다. 100년이 훌쩍 지난 이 마을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유지되고 있었다. 100년 전 이 동네의 겨울 난방연료는 석탄이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집 지하에 집채만 한 석탄보일러가 설치돼 있는 집이 있다고 한다. 지인은 리지우드에 살기 위해 인터넷에 매물로 나와 있는 집들을 보러 다녔다. 며칠을 함께 집들을 둘러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70년 된 집(약 6억9000만원)을 봤는데 전혀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중개업자는 “미국 사람들은 집은 가족들이 안락하게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다음에 살 사람까지 배려해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집을 보는 조건이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나무가 많은 공원을 낀 주변이 아름다워 보였는데 오히려 집값은 아주 싸다고 한다. 큰 도로가 있는 곳 역시 경쟁력 없는 집이란다. 지대가 높고 한적한 곳이 더 비싸게 매매된다. 100년 넘은 집(약 5억2000만∼5억 8000만원)이 거의 같은 입지 조건이라도 실내를 완전 현대식으로 고친 집(약 7억3000만원)들은 매수자들이 몰려 입찰경쟁이 심했다. 전체를 수리해 사람들이 몰리는 집 마룻바닥은 여전히 100년 전 그대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30∼40년만 지나면 낡은 집으로 바뀌어 재건축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주택에 대한 개념이 다시 확립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뉴욕= 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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