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사드 도입, 미국도 대가 치러야’라는 사평(社評)에서 “사드 장비가 일부 도입됐고 한국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지만 사드 도입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미국에도 보복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경제규모가 매우 커 경제제재를 하기 어렵다”면서 “사드의 목적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 억제에 있는 만큼 중국의 핵능력을 증강해 사드배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공산당이 공식화하기 어려운 의견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이 중국 앞마당에 탄도미사일을 설치하고 기존의 전략균형을 깬다면 중국은 곧바로 핵 역량을 증강하고 전략 핵탄도미사일로 이를 제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맞서 강력한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면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확대되면서 교민과 진출 기업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한인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사드 보복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 내 롯데마트 99곳 중 55곳이 당국의 제재로 이미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중국 최대 쇼핑몰 텐마오(天描)와 온라인 화장품판매업체 쥐메이유핀(聚美優品)도 롯데제품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는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했다. 중국 롯데 공식홈페이지가 사드 부지 결정 후 마비됐던 것처럼 롯데 관련 사이트들이 해킹당할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한국산 식품에만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해 통관을 불허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외국산 조미김에 통관 부적합 판정을 내린 55건 중 한국산이 45건(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한류 드라마와 예능에 이어 애니메이션에도 ‘사드 보복’을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오는 4월 말 열리는 중국 항저우(杭州)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주최 측은 지난 8일 소방안전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한국관의 설치와 한국업체에 대한 시설 대여를 불허하는 통보를 했다. 콘진원은 4월26일부터 5월1일까지 열리는 항저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한국관을 설치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업체 27개사의 작품을 홍보할 예정이었다. 또한 이들 업체가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할 예정이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세종=안용성 기자, 이재호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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