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드라마에서는 김영애가 유독 이불 속에 누워있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드라마 초반에 남편 역을 맡은 신구가 아무 말 없이 가출하면서 애타게 찾고 기다리는 신을 촬영하느라 김영애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몸져 눕는 장면이 많이 노출됐다.
기력도 빠져 힘없는 목소리로 대사하는 모습도 더불어 비쳐졌다. 큰딸과 아들의 이혼 등 집안일로 속 끓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김영애는 극중에서 왜 이렇게 아픈 연기를 많이 해야 했을까. 그 이유가 있었다.
김영애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마지막 촬영까지 4개월간을 병원에서 외출증을 끊어가며 녹화 현장을 찾는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병원에서는 몸상태가 너무 안좋으니 당장 연기를 그만두고 쉬라고 했고 그는 의사 말에 따르지 않고 끝까지 연기를 위해 버텼다.

김영애는 연기할 때마다 매순간 자기와의 힘겨운 사투를 벌였을 걸로 짐작간다. 췌장암 재발 후 누구보다도 몸상태를 잘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연기투혼을 보여준 그에게 “당신은 진정한 여배우였다”고 팬들은 평가했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때부터 암투병을 시작한 그는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등을 비롯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변호인’ ‘인천상륙작전’ 등에 출연해 작품을 완성했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사진= 방송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