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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친구 같은 엄마…"내 아들은 괜찮지만 내 남자는 안 돼"

입력 : 2017-04-18 14:00:00 수정 : 2017-04-18 11: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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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마마코(ママ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마마코는 어머니를 친구처럼 가깝고 여기고, 또 의지할 수 있는 인생 선배로 여기는 이들을 가리킨다. 어머니에 의지해 무조건 말을 따르는 '마마보이'와는 다른 개념으로, 마마코는 남녀를 구분하지도 않는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문제될 게 없는 이상적인 자녀관계이겠지만, 어머니와 관계가 남달리 가까운 남성 마마코들은 이성과 교제대상에서 제외되는 한편 간혹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부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일본 드라마 '오토메상'(시어머니). '토메'는 시어머니나 장모를 가리키는 속어다. 사진= TV아사히 캡처
■ 마마보이와 다른 '마마코'
지난 16일 일본 후지TV 등 현지 언론에서는 다정한 모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모자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자 관계의 변화상을 대표하는 게 마마코로 불리는 아들들이다. 어머니와도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낼 수 있는 이들은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로 생각한다.
 
신세대 어머니들도 이런 변화를 이끈다. 이들은 딸과 함께하고 싶었던 일을 아들과도 하고 싶고, 또 못할 것도 없다고 여긴다. 신세대 어머니의 등장이 마마코가 생겨나고 늘어나는 배경인 셈이다.

이날 거리에서 후지TV의 설문에 참여한 20대 안팎의 남성 100명 중 83명이 '어머니와 사이가 좋다'고 단언했으며, 단 3명을 빼곤 어머니와 다정한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었다.

마마코 성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하는데,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과거 사춘기 남학생은 어머니와 함께하면 쑥스러워하고 꺼리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NHK 방송의 문화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 '어머니가 자신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 준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86.8%에 달했다. 이는 관련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어머니와 식사하는 아들. 어머니가 젊어 보이면 자칫 불륜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사진=산케이신문 캡처
일본 후지TV의 설문조사 결과 20대 안팎의 남성 100명 중 83명이 '어머니와 관계가 좋다'고 단언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마마코 성향의 남성은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에 대부분 저장하고 다닌다. 어머니와 다정한 한때를 담은 사진들. 사진= 후지TV 방송화면 캡처
■ 한 달에도 여러 번 '엄마와 데이트하는 날'…"내 남자는 안 돼"
남성 마마코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각은 어떨까.
여성들은 일단 어머니와 쇼핑이나 외식, 여행을 함께하는 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정한 관계가 발전해 '엄마와 데이트하는 날' 등이 존재하는 등 매월 수차례 고정적으로 이벤트가 거듭되거나 성인이 된 뒤에도 어머니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방송에서 여성들은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에게 무엇이든 얘기하고 상담하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지옥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23세)

"남자들이 연애를 꺼리는 건 마마코로 만든 어머니에게 원인이 있다. 데이트는 이성과 하는 것이지 어머니랑 하는 게 아니다."(19세)

"어머니가 아들을 놔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들이 어머니와 쇼핑이나 식사할 시간을 친구나 여자친구에게 쓰도록 해야 한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그렇게 한다."(45세)

"부모를 소중히 하는 일은 좋지만, 고교생이 되어도 어머니와 둘이서 쇼핑하고 데이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내 아들이라면 여자친구와 하라고 말할 것 같다."(28세)

방송은 이와 더불어 20~60대 여성 300명에게 만약 사귀는 남성이나 남편이 마마코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그 결과 81.4%가 "싫다"고 답했으며, "불만 없다"는 응답은 불과 18.6%로 나타났다. 또 마마코 남성이 싫다고 응답한 여성 6명 중 1명은 '헤어지겠다'고도 답했다.
후지TV 인터뷰에 나선 여성(왼쪽)이 남자친구를 마마코라고 놀리고 있다. 사진= 후지TV 방송화면 캡처
 후지TV 인터뷰에서 마마코라고 밝힌 아들과 어머니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 남성의 어머니는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
일본의 리서치 기업 AERA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 후 불편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남편 부모·친족과의 관계(교제)가 골치 아프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사부담' 37%, '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21.3%로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체가 지난해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시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이상적인 거리를 묻자 평균 '70km'라고 답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와 정도는 다르겠지만 앞서 통계와 인터뷰를 보면 여성 상당수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남편 또는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멀게만 느낀다.

결혼에 따른 고부 갈등은 며느리를 남편 가족에 귀속시키는 현재의 결혼제도와 가정 내의 위치, 견해, 이해의 차이로 일어나는 충돌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막연한 부담을 느낀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남성도 큰 충격을 받을 듯하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남성이 평생을 살며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여성은 어머니다.
어른들이 젊은 세대를 보며 허술하고 부족하고 못마땅해서 말 한마디를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이가 이에 부담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남성이 평생을 살며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여성은 어머니란 말이 있다. 어머니와 거리감 없이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은 이상적이기도 하다. 

마마코 남성이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유대감만큼 며느리도 시어머니와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시어머니도 친구 같은 아들을 대하듯 며느리를 맞는다면 고부간 갈등이 조금은 덜해지지 않을까.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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