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따라 수비수 위치 조정
ML 시프트 6년새 10배 껑충
데이터 정확해야 성공률 높아 좌타자 이승엽(40·삼성)이 타석에 서면 2루수는 우익수 가까이 물러나 ‘2익수’가 된다. 유격수도 오른쪽으로 이동해 2, 3루 사이를 3루수 혼자 지킨다. 우타자 이대호(35·롯데)가 나오면 반대로 수비수가 왼쪽으로 치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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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0일(한국 시간) LA 다저스가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1·2루 사이 4명의 야수를 한 줄로 세우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
이렇게 타자에 따라 수비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을 ‘수비 시프트(defensive shift)’라고 한다. 사실 시프트는 거포에 대한 외야 수비나 번트 수비 등 모든 타자에 적용되지만 대개 이승엽과 이대호처럼 잡아당겨 치는 풀히터(pull-hitter)들을 잡기 위한 조치로 좁혀 말한다. 원조격은 1946년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다. 당시 클리블랜드 감독 겸 유격수였던 루 부드로가 보스턴 강타자 윌리엄스의 타석에서 1, 2루 사이로 이동해 혁신을 알렸다.
시프트는 20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일상적인 전술이 됐지만 최근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베이스볼 인포 설루션(BIS)에 따르면 2010년 메이저리그 전체 2463회에 그친 시프트는 2016년에는 2만8131회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SRS(Shift Runs Saved: 시프트가 막은 실점)은 359점으로 2010년 36점에 10배에 가깝다.

결국 시프트는 확률 게임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시프트가 없을 때 땅볼과 직선타구의 타율은 0.266이었지만 3명 이상을 내야 한 쪽으로 몰아넣었을 때는 0.229로 떨어졌다. KBO리그에서도 SK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힐만 감독의 시프트 성공률은 65% 정도로 쏠쏠한 장사다. 타자가 야수가 없는 공간으로 밀어치면 시프트가 무용지물이 되겠지만 자신의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모험을 하는 타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시프트는 실패 확률이 크다. 투수 역시 밀어치기 쉬운 바깥쪽보다는 몸쪽 승부에 주력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또한 잘 치는 타자라면 시프트도 능히 뚫어낸다. 김현수(29·볼티모어)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도 시프트시 타율이 0.403(119타수 48안타)으로 높다.
그럼에도 시프트는 이미 대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루와 2루 사이에 4명을 같은 간격으로 세우는 극단적인 시프트도 있었다. KBO리그에서도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시프트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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