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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편히 앉아 운전하며 월급받는 게 뭐가 힘드냐고?"

입력 : 2017-07-07 17:00:00 수정 : 2017-07-07 17: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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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1)씨는 "거의 매일 같이 하루 평균 10시간씩 일하고, 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몇년간 누적되면 정말 골병 든다"며 "버스기사 확충해서 배차시간 늘려줘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B(40)씨는 "시내버스 새벽 및 심야 운행을 줄여야 시민들의 안전도 확보된다"며 "이는 기사들의 졸음운전을 불러오고, 사고가 나면 대형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C(45)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버스요금 올리고 전국 대도시 지역만이라도 정부(지자체)가 공영제로 운영해 관리감독하면 된다"며 "자율주행기술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분야가 바로 여기다. 완전한 자율주행 보다는 기사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52)씨는 "일부긴 하지만 노선이 너무 긴 버스도 문제다. 내가 자주 타는 버스는 3개 도시를 거치는데, 중간에 버스기사가 내려 담배를 피거나 소변을 보러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노선은 버스기사들을 생각해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염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유병률은 일반직장인의 2배 수준이었고, 버스내부 공기질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배차시간에 대한 승객 항의 등으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공동 연구한 '버스운송업 종사자의 건강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시내버스 소속 남자 근로자와 전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고혈압·당뇨병·심혈관계질환 등의 유병률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고혈압의 유병률은 버스 운전기사가 전체 남자 직장가입자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5년간 운전기사의 고혈압 유병률은 24.9%에서 28.7%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장가입자(남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12.5에서 13.7%로 시내버스 기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 유병률도 버스기사가 1.5배 가량 높았다. 2010~2014년 기간 동안 버스기사의 유병률은 3.4~3.6% 수준이었고, 전체 직장가입자는 2.1~2.2%였다.

◆버스기사 "우리도 어쩔 수 없는 배차시간 항의 받을 때 가장 힘들어요"

연령·소득뿐만 아니라 비만, 운동부족, 흡연, 위험음주 여부 등 위험요인을 고려해도 고혈압은 약 1.4배, 당뇨병은 1.3배, 고지혈증은 1.2배, 심혈관질환은 1.1배 정도로 버스운송업 종사자에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령별로 60세 미만과 60세 이상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두 집단 모두에서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유병률은 60세 미만 군에서 전체 직장가입자 보다 모두 높은 반면, 60세 이상 집단에서는 고혈압 유병률만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5개의 버스 노선별로 이산화탄소, 소음, 초미세먼지, 전자기파 등에 대한 작업환경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환기의 지표로 활용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일과 주말의 최댓값이 각각 1563.8ppm, 1222.4ppm으로 우리나라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한 다중이용시설의 이산화탄소 기준(1000ppm)을 모두 훨씬 초과했다.

다만 대중교통 공기질 권고기준인 평일의 2000ppm과 주말의 3000ppm 보다는 모두 낮아 건강상의 위해(危害) 정도는 낮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장거리 노선에서 기하평균 1172(±1.1)ppm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거리, 단거리 노선 순으로 점차 낮아졌다. 이는 장거리노선의 1회 운행시간이 중·단거리노선의 1회 운행시간 보다 대략 80분 정도 더 길고, 장거리노선의 특성상 승하차 구간이 길기 때문에 승객들이 오래 머물며, 문 열림의 빈도수가 중·단거리노선보다 적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실제 운행 환경에 따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 이상 존재할 수 있고, 버스를 운행하는 경우 일부 근로자에게 졸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서울 시내의 대기 오염을 고려하면 필터를 통한 외기 순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골병' 드는 기사들

소음의 평균세기는 평일은 69.5(±1.5)dB, 주말은 70.4(±1.8)dB로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1일 8시간 노출시간소음의 기준(90dB)보다 모두 낮게 측정됐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일 평균기준치(25μg/m3)를 초과한 경우도 있었지만, 차량 자체의 문제 보다는 서울시 대기에 존재하는 초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근로조건에 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버스운송업에 장기간 재직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1주 평균 근로시간은 평균 50시간 가량으로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교대근무로 인해 부족한 휴게시간을 개선할 수 있는 배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건강 이상과 관련해서는 불편한 자세로 인한 목의 통증, 폐암 등 일부 암종의 문제, 치아 질환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높은 직무요구도와 낮은 직무자율성, 안전사고 발생, 안전사고 전·후 처리, 악성 민원인, 통제가 불가능한 배차시간과 같은 요인에 대한 승객의 항의, 배차간격으로 인한 동료와의 갈등, 관리자와의 소통 등의 조직요인 등을 버스기사들은 꼽았다.

연구팀은 "뇌심혈관질환 및 만성 질환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편함 없이 이야기하고, 치료에 지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업무 특성으로 인한 높은 직무요구도와 대비되는 낮은 직무자율성 상당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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