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는 절지동물(節肢動物)로 머리에 한 쌍의 더듬이와 두 개의 겹눈이 있으며, 가슴에 두 쌍의 날개가 있고, 긴 대롱꼴 입으로 꽃물을 빤다. 그러면서 나비는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가 한살이로 갖춘탈바꿈(완전변태)을 한다. 나비는 비늘에서 반사하는 자외선을 보고 짝꿍을 찾는데, 삭정이 늙다리 수놈들은 비늘이 낡고 닳아빠져 자외선 반사가 흐릿하기에 암놈들이 본체만체한다. ‘꽃이 시들면 오던 나비도 안 온다’ 했던가.
옛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화려하고 현란한 색상과 무늬를 뽐내는 나비 비늘(인분)에서 물감을 뽑아보려 했다 하는데 과연 성공했을까. 꽃잎을 따서 손가락으로 으깨보면 색소가 묻어나지만, 쓱 문지른 나비 날개에서는 무색의 가루만 묻어난다. 어찌하여 그 영롱한 비늘빛깔이 감쪽같이 사라졌을까.
꽃잎은 색소(물씨)가 빛을 내지만 나비 비늘은 색소 없이 빛을 내는 구조색이다. 즉 나비 비늘은 대단히 작은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구조를 한 광결정체가 색을 낸다. 다시 말하면 손가락에 묻은 나비 비늘이 무색인 것은 나노구조가 어그러져 본래의 빛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여 꽃잎이 아리따운 것이 햇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색소 때문이라면 곱상한 나비 날갯죽지는 광구조에 따른 구조색 탓이다. 진주조개·딱정벌레들의 찬란한 빛깔도 화학색소가 아닌 나노구조색 때문이다.
과학이론 중에 에드워드 로렌츠가 창안한 ‘나비효과’ 라는 것이 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일컫는 말로, 사소한 일이 결과적으로 큰 결말을 낼 수 있으니 대수롭지 않고 미미한 것이라도 얕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밖에 흔히 못마땅해서 눈알을 굴려 보고도 못 본 체하는 눈짓을 ‘나비눈’이라 하고,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을 ‘나비잠’이라 한다. 참 멋진 일상의 ‘나비’ 비유 아닌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