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9시30분(평양시간 9시)부터 노동당 중앙위 청사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2018년 신년사 낭독 장면을 방영했다. 약 30분간의 신년사 낭독에서 김 위원장은 핵이 포함된 단어를 22차례, 경제가 포함된 단어를 각 21차례 사용했다. 병진 노선의 양대 축인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13년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TV 앞에서 신년사를 낭독할 때 민무늬 군청색 인민복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 첫 신년사였고 얼굴과 목소리가 앳돼 보여 내용은 근엄하고 무거운 요소들로 만회하려 한 흔적이 보였다.
2014년, 2015년 신년사에서도 같은 차림으로 나섰다. 달라진 것은 갈수록 육중해지는 김 위원장의 몸뿐이었다. 연설 자체는 처음 경직된 모습에서 탈피해 갈수록 여유로워졌다.

2016년에는 한껏 비대해진 몸에 옅은 실선 군청색 인민복을 입었다. 청소(靑少)함을 희석하려는 듯 처음으로 검은색 뿔테 안경을 끼고 등장했다.
지난해(2017년)에는 처음으로 군청색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착용하고 TV 앞에 섰다. 김일성·김정일 배지도 처음으로 달지 않았다.
올해 신년사는 한눈에도 유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듯 양복과 넥타이를 옅은 회색(은색) 계통으로 맞췄다.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연설 자세로 연설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엄동설한에 입어선 안 되는 회색 양복을 입고 김일성·김정일 배지도 달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이라며 “김정은이 자신이 북한 최고 지도자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높아진 위상과 북한의 변화를 예고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무력건설에 치중해왔는데 새해부터는 경제건설에 더 매진하면서 변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고 그 데뷔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선택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평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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