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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주인 못 찾게 영수증 잘게 찢어…쓰레기 무단 투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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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8 19:00:00 수정 : 2018-02-20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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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쓰레기 무단투기와의 단속 100일 떡, 종이팩, 화장품, 피클, 먹다 남은 피자, 햇반, 참기름병, 택배 송장…….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원동의 한 전봇대 아래 버려진 10L 크기 일반쓰레기 종량제봉투에서 나온 쓰레기들이다. 분리 배출되지 않은 음식물과 재활용쓰레기가 종량제봉투에서 함께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원동 일원에서 무단투기보안관들이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봉지 속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과 택배 송장 등을 찾고 있다. 관악구 제공
쏟아져 나온 종량제봉투 속 쓰레기 더미에는 버린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과 택배 송장은 없었다. 영수증은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조각났고 택배 송장은 주소와 이름 부분만 제거된 상태였다.

무단투기보안관 공경숙(52·여)씨는 재활용 쓰레기만 일부 빼낸 뒤 나머지 쓰레기는 다시 종량제봉투에 담았다. 신원 확인이 불가능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대신 봉투에는 ‘500원 아끼려다 10만원 과태료 폭탄’ 경고 스티커를 붙였다. 분리배출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이다.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을 위해 ‘500원 아끼려다 10만원 과태료 폭탄 맞는다’ 문구가 담긴 홍보 포스터. 관악구 제공
공씨는 “영수증이나 공과금 고지서, 택배 송장을 고의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아무리 무단투기 쓰레기를 발견하더라도 누가 버린지 알 수 없다”며 “양심만 떼고 버리는 쓰레기는 (단속해도)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신원동 일원에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배출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봉투 10여개를 발견했지만 한 건도 무단 투기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 검은 봉투 속에서는 감자 껍질과 두부 등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있었다. 버린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무단투기보안관 기삼명(64)씨는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예 추적할 수 있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버린 쓰레기도 자주 발견된다”며 “작정하고 무단투기하는 사람들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가 ‘쓰레기 없는 깨끗한 관악’을 만들고자 지난해 11월 1일 무단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00일이 지났다. 원룸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관악구는 골목길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오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전국 최초로 무단투기 업무만 담당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무단투기 단속과 홍보를 강화해 개선 효과를 내고 있지만 양심 불량 무단투기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는 쓰레기 매일수거제와 이동형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으로 무단투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쓰레기 상습무단투기지역에 그물망(오른쪽)을 설치한 모습. 그물망에는 ‘무단투기 금지’ 등의 경고문이 붙어있다. 관악구 제공
18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속된 쓰레기 무단투기는 총 2474건이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1419건에 대해 1억9540만원의 과태료 부과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단속 건수(1920)는 28.9%, 과태료 부과(1162)는 22.1% 증가했다. 쓰레기 속에서 찾은 조각난 영수증을 맞추거나 마트 영수증 회원 번호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무단투기자 신원을 확인해 과태료를 적극적으로 부과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과태료 납부율이 80%를 넘는다”며 “무단 투기 장소와 쓰레기에서 확인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수긍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정류장’으로 불리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은 257곳에서 165곳으로 35.8% 감소했다. 구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에 그물망을 설치해 쓰레기를 버릴 공간을 없앴다. 그물망에는 시민들의 무단투기 장면을 찍은 사진을 붙여 무단투기의 경각심을 알렸다. 주민 안모(63·여)씨는 “그물망과 CCTV를 설치하니 골목길 쓰레기 무단투기가 확 줄어 훨씬 쾌적해졌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포스터. 관악구 제공
구는 활발한 단속과 더불어 쓰레기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로 시민 생활습관 개선에도 나섰다. 단속 강화가 ‘채찍’이라면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는 주민 인식을 바꾸는 ‘당근’인 셈이다. 올해부터 수거 횟수는 주 3회에서 토요일을 제외한 주 6회로 늘어났다. 구는 마을버스와 지정 게시대 등에 무단투기 근절 안내하는 홍보 현수막을 붙이고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동별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배출 시간(오후 6시∼자정)을 지키지 않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쓰레기도 여전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순찰팀과 무단투기 지킴이, 이동형 CCTV 등을 활용해 양심 불량 무단투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무단투기는 200번 성공해도 단 한 번만 걸리면 과태료 폭탄으로 망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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