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는 2016년 기준으로 수도요금을 200만원 이상 납부하지 않은 고액체납자 중 18명의 수도요금 2억2700만원을 소멸시효 안에 징수하지 못했다. 1인당 평균 1260만원의 수도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시 감사위원회는 담당자의 부주의로 재산을 압류하지 않거나 소멸시효를 착각해 시효 완성일보다 빨리 결손처분을 내려 체납요금 징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례를 적발했다.
◆부동산·예금 압류 안 하는 상수도본부…체납요금 징수시효 그대로 넘겨
서울특별시 수도 조례에 따르면 수도요금 체납금과 연체금의 징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소멸시효는 요금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 재산 압류처분을 하는 등 강제집행을 해서라도 체납요금을 징수해야 한다. 3년 안에 징수하지 못하면 체납한 금액은 시효결손 대상액으로 분류돼 더는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상수도본부는 3년이 넘은 체납요금에 대해서 시효결손 처분을 내려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를 소멸시킨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체납자가 재산이 있지만 압류처분을 하지 않아 징수권이 사라진 체납요금이 8200만원이었다. 부동산을 압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체납요금 징수에 나서지 않고 시효결손 처분을 내려 징수권이 사라진 것이다.
사용자가 체납한 금액을 건물 소유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그대로 시효결손 처분을 내린 사례도 적발됐다. 수도요금은 사용자가 납부하지 않을 경우 건물 소유자 또는 관리인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체납요금을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상수도본부는 소유자와 관리자의 재산을 압류하지 않고 그대로 결손 처리해 수도요금 7600만원을 징수하지 못하게 됐다. 광진구 A 사우나는 2013년 6월부터 1년 동안 사용한 수도요금 4056만원을 미납했지만 상수도본부는 해당 건물 소유주 B씨의 재산을 압류하지 않았다. 체납요금은 지난해 3월 31일 자로 징수시효가 종료됐다.
시효중단 날짜를 잘못 계산해 시효가 끝나기 전에 결손 처리한 사례도 드러났다. 수도요금의 소멸시효는 압류로 시효가 중단되면 진행되지 않으며 압류가 해제된 다음 날부터 다시 시효가 진행된다. 상수도본부는 압류등기 말소일을 확인하지 않고 시효결손 처분을 하는 바람에 6900만원의 체납요금에 대한 징수권을 포기했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수도요금 515만원을 체납한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은 2016년 6월 14일 압류등기가 말소되는 바람에 소멸시효가 2019년 6월 15일로 연장됐지만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8월 25일 시효결손 처분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징수시기 지났는데 재산 압류·체납 청구서 발송
체납요금 시효중단 날짜가 지났는데 체납 청구서를 발송하고 예금과 부동산을 압류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8월 31일 기준으로 징수시기가 지난 1만9016건의 수도요금 11억800만원에 대해 체납 청구서를 발송하고 있었다. 3년의 기간이 지났음에도 시효결손 처리를 하지 않아 받지도 못하는 요금에 대해 불필요한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징수시기가 지난 뒤 예금과 부동산을 압류한 경우도 있었다. 중부수도사업소는 수도요금 2900만원을 체납한 성북구 B 스포츠센터의 급수설비 사용자 C씨의 예금을 2015년 11월 3일 압류했다. 그러나 징수시효가 같은 해 1월 31일로 종료돼 압류할 근거가 사라진 상태였다. 징수권 소멸시효만 제때 확인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체납요금이었다.
감사위원회는 B스포츠센터처럼 징수권이 소멸한 뒤 재산을 압류한 3건(8200만원)에 대해 압류해제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소멸시효 전에 체납요금을 징수하지 않으면 장기간 수도요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시민에게 줄 수 있다”며 “채권확보 방안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납된 50만원 이상의 체납요금 중 80건(1억8400만원)이 징수시기가 지난 후 수납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체납담당 인력부족과 요금관리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건물 소유자·관리자에게 징수책임을 묻지 못하거나 시효중단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며 “시효가 만료되기 6개월 전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알리는 기능을 추가해 체납 요금 징수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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