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킹 사태를 계기로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조작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소통이 대세가 된 시대에 정보의 왜곡으로 빚어내는 해악이 크지만 현행법으로는 매크로 사용에 대한 처벌의 근거가 업무방해 정도뿐이어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은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매크로는 드루킹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아 상위에 노출시키며 여론을 왜곡하는 데 쓰인다.
인기 연예인의 콘서트 티켓을 대규모로 미리 사서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돈벌이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플미충(프리미엄 붙여서 되파는 사람들에 대한 비속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이밖에 페이스북 페이지나 블로그 마케팅 등에도 매크로가 사용되면서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김해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조직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댓글을 몰아줘 특정 기사를 메인에 노출시키는 행위를 하거나 조직적인 대응, 또는 매크로를 사용하는 행위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아이디를 만들었을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매크로 사용으로 특정 업체가 피해를 봤을 경우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조맹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매크로 사용은 일종의 여론조작이고 정보의 왜곡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하나인 댓글이 결국 정치참여와 선전에 악용되고 있어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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