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제2의 '정종현군 사고' 막는다…중대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입력 : 2018-04-26 19:44:54 수정 : 2018-04-26 19:44:5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신생아 집단 사망 같은 의료사고 / 유사사례 국가 차원 공유 재발 방지 / 현행법은 강제성 없어 ‘유명무실’ / “연내 보고범위 결정… 시스템화”
2010년 5월 백혈병 환자 정종현(당시 9세)군은 12번째 유지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경북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3년 전인 2007년이었다. 정군의 병은 치료 효과가 높은 유형에 속해 의료계에서는 골수이식 없이 항암치료만으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레지던트 초년생이던 의사가 정맥에 주사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에 잘못 주사하는 바람에 정군은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2년 뒤 림프암 2기의 강미옥(당시 41세)씨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맥에 투여돼야 할 빈크리스틴이 의사 실수로 척수강 내에 잘못 주사됐고, 강씨는 13일 만에 숨졌다. 의료인이 약물과 관련한 지식을 숙지하고 정확한 투약방법을 확인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정군의 부모는 이전에도 여러 명의 아이가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사망했지만 유족과 병원이 합의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차례 사고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시스템 문제로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후 환자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2016년 환자안전법이 도입됐다.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보고해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재는 신고의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앞으로는 의료기관이 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제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2018-2022년)을 수립·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2016년 7월 29일 환자안전법 도입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환자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환자안전사고란 약물오류와 감염, 수술 중 사고, 환자의 자살 및 자해 등 의료진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 4명이 잇달아 숨진 이대목동병원 사건뿐만 아니라 법 도입 이후에도 수술 후 체내 이물질 잔류 사고(9건), 흡수성 체내용 지혈용품 사용 후 감염(31건), 케타민 투약오류(5건) 등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범위를 정해 환자안전기준에 포함하고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구축된 환자안전서비스 포털을 통해 수집한 사고에 대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의료기관에 전달하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고 유형이거나 중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한다.

2020년부터 5년 주기로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고 정종현군의 사망일(5월 29일)을 ‘환자안전의 날’로 지정해 해당 주간을 ‘환자안전주간’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츄 '상큼 하트'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