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법조인 선발 제도인 사법시험은 일정한 자격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로 일원화되면서 장애인은 로스쿨 입학 단계부터 곤란을 겪고 있다. 비장애인 가운데 이른바 ‘경제적 약자’ 전형 지원자들과 경쟁을 해야 해 입학 문턱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은 실정이다.
2일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 따르면 현행 로스쿨 입시제도는 ‘일반전형’과 사회적 약자들을 선발하기 위한 ‘특별전형’으로 나뉘며 특별전형은 ‘기회균형선발’이라는 명칭으로 신체적(장애인), 경제적(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사회적 배려대상(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 등) 중에서 선발한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이란 장애인의 일상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15개 장애인단체가 연합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협의체다.
문제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에 대한 영역별 선발비율은 딱히 법률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특별전형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경쟁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더욱이 전국 25개 로스쿨 중 21개는 기회균형선발 중 경제적 배려대상에 한해서만 30∼50%의 우선 선발 쿼터제를 두고 있어 장애인은 로스쿨 입학의 관문을 통과하기 힘들다.
최근 일요신문이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전체 인원은 2만776명이다. 그중 장애인은 135명으로 0.65%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10년간 단 한 명의 장애인도 선발하지 않은 로스쿨도 있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장애인이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민원에 대해 교육부는 “장애인만을 별도로 선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였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 측은 “이미 경제적 배려대상자에게만 우선선발 비율을 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교육부는 특별전형 선발인원을 기존 5%에서 7%로 늘리는 법령 개정에 따라 장애인 등의 입학 기회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개선안에서 “로스쿨 특별전형 선발 기준 안에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영역별로 지원자가 저조할 시 상호 보충 선발을 전제로 일정 비율의 쿼터제를 도입,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균등한 선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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