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서 땀 쭉 빼면 호전…? '감기 속설' 진실은

독감과는 엄연히 다른 질환 / 추위와도 무관… 습도가 더 중요 / 현재까지 완벽한 치료제 없어 / 휴식·수분 섭취·좋은 식사가 ‘명약’

요즘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대체로 감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증상이 심하면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것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그런데도 감기와 관련해서는 감기 환자 수만큼이나 검증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이나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수년 전 프랑스에서 온 한 외국 연예인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소주에 고춧가루 넣어서 먹는다. 그렇게 하면 상쾌해지고 코가 뚫린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감기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속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우나가 효과적이다’. ‘주사 한 방이면 낫는다’는 말도 감기 치료법으로 회자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의 조언을 받아 이러한 요법과 속설이 의학적 근거가 있는지, 근거 없는 낭설에 지나지 않는지를 살펴봤다.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X)

적은 양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을 좋게 한다. 10여 년 전에 한 방송사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두 잔 정도를 마셨을 때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이다. 근본 원인제거에는 효과가 없다. 그뿐 아니라 알코올은 위장과 간의 기능을 저하해 전체적인 컨디션이 저하되게 한다.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는 것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감기에는 사우나가 효과적이다?(X)

인체는 스스로 체온이 올라가면 알아서 땀을 배출해서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는 체온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겨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땀을 내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을 가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과해지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발한작용을 하는데, 사우나나 찜질방에 오래 있으면 발한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올라 증상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감기는 추울 때만 걸린다?(X)

흔히 추운 날씨 탓에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나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하는데, 극지방에서는 너무 추워 오히려 바이러스의 서식에 맞지 않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다. 감기가 유행하는 데는 공기가 건조해지는 것도 한 이유다. 건조해진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워지면 사람들은 야외활동을 줄이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습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O)

감기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체는 성인의 경우 60% 정도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물을 많이 섭취해야 면역작용이 활발해진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코와 목 점막이 마르지 않아 가래와 콧물의 배출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하나 이때 너무 뜨거운 물을 마시면 목에 자극이 될 수 있어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X)

목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편도염이 심할 경우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단순히 붓기를 가라앉히는 용도이지 아이스크림만으로 목감기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소화기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줄임말이다?(X)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질환의 발병 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걸리는 질환이다. 그러나 감기는 200여 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질환이다.

◆주사 한 방만 맞으면 완치된다?(X)

사실상 주사 한방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하다.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완벽히 제거하는 치료제는 현재까지는 없다.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 맞는 주사는 각각 고열, 기침, 통증 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먹는 감기약 역시 마찬가지로 각 증상에 맞게 다양한 약제로 치료한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가 오히려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X)

어떤 사람은 독감 예방 백신도 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사하여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라, 몸이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감예방백신은 맞은 지 약 2주 뒤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일반 감기’에 걸려서 독감에 걸렸다고 착각할 수 있다.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땀을 내면 더 빨리 낫는다(△)

감기 환자 중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푹 내고 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하나 감기는 200여 개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에 단순히 몸의 온도를 높여 땀을 빼는 것만으로는 모든 감기가 완치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몸의 온도를 높이고 쉬면서 저절로 면역력이 회복되면서 낫게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박태해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