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예산전쟁의 종료시점을 정해놓고 있다. 헌법 54조에 따르면, 정부가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1월1일이 회계연도 개시일이기 때문에, 30일 전을 역산하면 국회는 12월2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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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2019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국회가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지킨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되려 법을 무시하는 게 관행이 되면서 연말이면,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몸싸움을 벌이거나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상황이 익숙한 풍경으로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1989년이 처음이다. 1987년 체제로 치뤄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예산안 합의가 지연된 것이다. 이 때부터 대통령선거 등 이변이 없는 한 법정시한을 어기는 관행이 20여년간 지속됐다.
예산안 처리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09년에는 당시 4대강 예산과 노동법 개정에 반대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2주간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주먹다짐까지 벌이며 역대 최악의 폭력 사태로 기록됐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아예 해를 넘겨서야 가까스로 예산안 처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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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예산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의 예산안 늑장 처리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2014년부터다. 국회선진화법 제정을 통해 예산안 자동상정을 규정한 국회법 85조가 개정됐다. 국회는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하고,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인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는 규정이다.
비록 2015년과 2016년에는 나란히 12월3일 새벽이 돼서야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여야가 12월2일 합의안을 만들었고 기술적인 문제로 시간이 소요된 만큼 사실상 법정시한을 준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해 다시 법정시한을 나흘 넘긴 12월6일 예산안을 처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올해 반드시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 2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기는 사태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의 ‘원안 사수’를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단기 일자리를 비롯한 불필요한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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