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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명 어디로?…강남 부촌은 '초등학교 배정 전쟁' 중

입력 : 2018-12-05 19:23:48 수정 : 2018-12-05 21: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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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300명 어디로?… 통학권 vs 학습권 첨예 대립 “우리 단지 아이들의 통학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두 개일초등학교로 배정해야 한다.”(래미안 블레스티지 주민)

“이 작은 학교에 300명이 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하면 우리 아이들 안전과 학습권이 침해된다.”(개일초 학부모)

‘재건축 열풍’과 함께 서울 강남의 새 부자동네로 떠오른 지역에서 어린 자녀들의 초등학교 배정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깊다. 서로를 향해 ‘이기주의’를 탓하면서 교육당국이 상대방만 두둔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빗발치는 주민들 민원·항의 전화와 방문 등에 두 달 가까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다.

5일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주민과 인근 개일초 학부모들이 블레스티지 자녀들의 초등학교 배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블레스티지는 기존 개포주공아파트 2단지를 재건축한 대단지(1957가구)로 내년 2월 입주한다. 현재 112㎡(34평) 기준으로 매매가는 22억∼23억원, 전세가는 10억원 정도다. 그런데 재건축이 먼저 추진된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1단지에는 개원초(올해까지만 운영)를 포함해 2개 초등학교가 신축될 예정이었는데 3∼4년 뒤로 미뤄졌다. 학생 300명가량이 당장 갈 학교가 없는 것이다.

블레스티지 주민들은 대안으로 주변의 개일·구룡·포이초 중 가장 가까운 개일초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구룡초로 통학하려면 아파트 공사현장 주변과 큰 차로를 여러 번 지나야 하고 (아파트 위치에 따라) 아이들 걸음으로 40분이 걸려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수용 여력이 있는 개일초에 단일 배정을 해달라”고 주장한다. 또 “개일초에는 교실 외 학습시설 면적이 2∼5배 여유가 있어 추가 교실을 마련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개일초 학부모들은 “지역이기주의가 따로 없다”면서 “전교생이 700명인 작은 학교에 1000명 넘는 학생이 생활하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가 심각해진다”며 ‘전원 수용 불가·분산 배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규정상 배정이 가능한 개일·구룡·포이·양전초로 골고루 배정하라는 것이다. 개일초 측은 공간 여유가 없는데 학생 수가 늘어 음악실 등 ‘특별교실’ 2개를 교실로 변경한 상태다.

특히 자녀를 개일초에 보내는 타워팰리스 거주 학부모들은 “블레스티지 탓에 과밀학급이 될 경우 우리 애들은 차라리 집에서 가까운 대도초로 보내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도초는 이미 학급당 학생 수가 34명에 달해 교육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블레스티지와 비슷한 시세로 알려진 래미안 포레스트(2296가구·2020년 9월 입주) 주민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다닐) 구룡초를 뺀 다른 학교로 블레스티지 자녀들을 배정하라”고 요구한다. 구룡초로 배정하는 학생 수만큼 자신들의 자녀가 선호도가 낮은 다른 학교로 가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일각에서는 ‘학교 배정 전쟁’에 아파트값 요인도 있다고 본다. 같은 단지라도 자녀가 어떤 학교에 다닐 수 있느냐에 따라 매매·전세가도 차이나기 때문이다. 몸값이 비싼 아파트일수록 그 격차도 커진다. 개포동 한 부동산업체 대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세입자의 경우 개일초 배정이 안 되면 블레스티지 입주를 꺼릴 것”이라며 “3∼4년 뒤 1단지에 초등학교 2개가 들어서면 학교 배정 논란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스티지·포레스트 주민과 개일초 학부모들은 경쟁적으로 시교육청 청원게시판과 관할 교육지원청, 국민신문고 등 관계기관에 민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다른 일을 못할 만큼 수도 없이 항의와 민원을 받고 주민들과도 만나 협의했다”며 “이사 문제나 내년 새학기 일정 등을 감안해 더 늦출 수 없는 만큼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일쯤 학교 배정을 결론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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