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공중제비 춤은 썩 나쁘지 않았다. 바지 속에 꽁꽁 숨겨둔 ‘그것’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지난 23일 미국 폭스뉴스는 술집에서 춤을 추다 실수로 총을 발사한 FBI 요원이 법정에 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덴버의 한 바에서 공중제비 춤을 추던 서른 살의 체이스 비숍은 바지에서 총을 떨어트렸다. 당황한 그는 총을 주우려 손을 뻗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관중을 향해 발사하고 말았다. 현직 FBI 요원인 그는 업무상의 이유로 항상 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현장에 있던 시민에 의해 촬영돼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로 남았다. SNS를 통해 공개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이 영상엔 비숍의 흥분과 당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비숍은 자신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싼 관중들이 환호를 보내자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공중제비’를 시도한다. 그러다 권총이 떨어지고 이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총격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사고 직후 그는 다소 더딘 동작으로 권총을 다시 권총집에 집어넣는다.
이 총에 맞은 불운의 주인공은 24살의 톰 레딩턴이었다. 비숍과 법정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이 사고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창고에서 근무하던 그는 사고 직후 직업을 잃었으며, 앞으로 다신 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레딩턴은 “몇 달째 물리치료를 받는 중” 이라면서 “심리 상담도 받고 있지만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총을 보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11월에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 비숍은 2급 폭행죄로 징역 16년 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1일 그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사전형량제도’를 통해 형량 조정을 시도했다. 두 번째로 선 법정에서 그는 “인생 전부를 사람들을 돌보고, 보호하고, 섬기는데 바쳤다” 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총격의 피해자인 레딩턴도 그가 감옥에 가지 않길 바란다며 지지의 뜻을 보탰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 뒤집혔다. 그에게 내려진 2급 폭행 혐의가 ‘무죄’로 판정되고 3급 폭행 혐의가 적용되면서 최종적으로 징역 2년 형에 집행 유예 선고를 받게 됐다. 가까스로 철창신세를 피하게 된 그는 160만 원의 벌금을 지불하고 법정을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FBI 대변인은 그가 업무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자신에게 총을 쏜 이에게 ‘용서’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 레딩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도 술집에서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한다. 다만 앞으로 총은 놔두고 다니길 바란다.”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fox, denv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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