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잦은 접촉 사고 '유발' / 유턴 구간 내 불법 주정차…차량 회전 반경 3차선 / 지하철 출입구 또는 횡단보도 앞,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정차한 택시들 즐비 / 차량 흐름을 방해 불법 주정차 / 유턴 구역 발생하는 교통사고 한 해 평균 8천여 건
"택시 기사 분들이 승객을 한명이라도 더 태우고 싶은 그 심정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여긴 유턴하는 곳이잖아요. 경적을 울려도 꿈적도 하지 않아요. 저번에는 버스가 유턴하다 사고 날 뻔했습니다."
![]() |
지난 26일 마포구 공덕역 인근 유턴 구역. 지하철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서울 시내를 운전하다 보면 유턴 구역 내에 불법 주·정 된 차량을 쉽게 불 수 있다. 단순히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턴 시 불법 주정차로 인해 차량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베테랑 운전자도 힘들어한다. 운전 경험이 부족한 초보 운전자들은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피해 운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마포구 한 지하철 출입구 앞. 차량이 많아 다소 혼잡했다. 횡단보도 신호와 함께 유턴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대기 중인 차들이 일제히 유턴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기다리던 차들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선 차량보다 먼저 유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3차로를 점령한 불법 주정차들 당연한 듯 서 있다 보니, 유턴하려는 차들은 한 번에 돌지 못한다.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피해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 |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일부 차량이 유턴 중 급하게 핸들을 틀어 옆 차선으로 넘어 뒤따르는 차량과 하마터면 추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을 연출되기도 했다. 불법 주정차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불법 주정차 된 차량에 운전자는 유턴할 때마다 긴장해야 한다. 아찔한 상황은 자주 반복됐다. 다른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승합차나 트럭은 한 번에 돌지 못해 몇 번을 후진을 반복한 뒤 유턴 구간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서 우회전 차량과 유턴 차량이 뒤엉키는 것은 흔한 장면이 됐다. 우회전 차량은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2차선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회전 차들은 불법 주정차가 된 차량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었다.
![]() |
불법 주정차 된 택시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인근 대형마트를 찾은 한 주민은 "저도 운전은 하지만,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와요. 주차된 차도 많고 사고도 날 수 있어서 유턴하기 위험해요" 라고 말했다.
여기뿐만 아니었다. 서울 서부역도 마찬가지였다. 서부역은 불법 주정차로 문제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곳이다. 평일에도 서부역 일대에는 길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택시 때문에 차량 정체 현상이 잦다. 일부 택시는 차량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승객을 2차로에서 내려주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경찰은 서부역 고질적인 택시 승하차·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택시뿐만 시민들에게도 1·2차선 하차 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지정된 택시 하차대를 이용하도록 당부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날도 역시 서부역 인근 유턴 구간도 택시들이 주정차 돼 있어 유턴 하는 차량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운전하기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주행 중 끼어드는 택시와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경적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걷고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정차된 택시에서 운전자가 갑자기 내리면서 사고가 날 뻔했지만, 운전자는 태연해 보이기도 했다.
직장인 정모씨는 "초보자가 운전하기 힘들죠. 주차된 차량 때문에 사고 나면 그 사람들이야 벌금만 내지 우리는 보험 처리해야 하잖아"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비상 깜빡이를 켜 놓은 불법 주정차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한 택시. 짧은 신호와 2차선에서 하차하는 승객들 탓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이다.
![]() |
지하철 출입구 인근 차도에는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운전자들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운전해야 하는 것이 생활에 일부분이 됐고, 불법 주정차를 알아서 피해 다녀야 설정이다. 짧은 유턴 신호 탓에 정체가 빚어지는 건 물론, 사고 위험도 높다. 유턴 구간 주변에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가 많아 짧은 신호와 급한 마음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선 차량은 불법 주정차 된 차량 때문에 한 번에 유턴을 못 하고 후진을 하려고 하자 바짝 붙어 따라온 뒤 차는 머뭇거리기거나 경적을 울렸다. 앞차가 제때 유턴을 못 하자 중간에 선 차량은 신호가 바꿔 옴짝달싹 못 한 채 도로 중앙에서 서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유턴 구간은 차량 회전 반경을 고려해 3차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불법 정차된 차가 있으면 결국 도로 폭이 좁아져 정체와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 |
용산구 서부역 인근 유턴 구역. 불법 주정차 된 택시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유턴 구간 사고의 절반가량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턴 구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한 해 평균 8천여 건, 5일에 1명꼴로 숨지고 35명이 다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신고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시민신고 항목의 기준도 보다 상세하게 명시하고 도로교통법 개정내용에 대한 홍보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시민신고제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도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앱 디자인을 개선했고 사진 위변조 방지를 위한 고유카메라 기능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