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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세계 거리음악이 비슷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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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7 23:27:50 수정 : 2019-03-27 23: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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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호주 멜버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다. 회의가 끝난 후 카페에서 한국을 비롯해 호주, 미국, 영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이야기하다 미국에서 온 한 사람이 멜버른 카페의 음악이 뉴욕에서 듣던 것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다른 한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듣던 음악과도 많이 겹친다고 했다. 학회 참가자 모두가 그 의견에 공감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그 원인을 저작권법에서 찾았다.

저작권의 종류 중 하나인 ‘공연권’은 저작자의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저작권법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타인이 창작한 음악을 틀어놓고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행위를 한 경우는 ‘공연’으로 간주해 해당 매장의 사업주가 저작권자에게 공연권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직접 고객을 맞이하는 매장에서는 업종·상황·시간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을 마케팅의 필수 요소로 간주한다. 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업주가 자신의 매장에 적합한 음악을 선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매장 음악 서비스 업체가 꾸준히 그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과 호주 사회에서 모두 저작권법이 강력하게 적용됨에 따라 매장 업주는 아무 음악이나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됐고, 그러면서 매장 음악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게 되면서 몇몇 인기 있는 음원으로 집약되는 결과를 낳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주요 도시의 음반 가게에서는 음악을 틀어놓았고, 행인은 그것으로 유행 음악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더구나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는 ‘길보드’라 불리는 길거리 리어카 불법 복제 음반 상인이 당시 최신 유행 음악을 틀며 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 당시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은 나라마다 달랐고, 때로는 도시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낯선 곳을 방문하게 되면 CD나 카세트테이프를 기념품으로 사 오곤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길보드’는 사라졌고, 음반 가게도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날의 상황은 어떠한가. 경제적 전 지구화라는 시장의 힘을 저작권법이라는 제도가 뒷받침하면서 나라나 도시별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7년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개정에 따라 2018년 8월 23일부터 50㎡ 이상의 커피전문점, 기타 비알코올 음료점, 생맥주전문점, 기타 주점, 미용실, 피트니스 클럽, 헬스클럽, 체력단련장 등의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업주가 공연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노래연습장, 단란·유흥주점, 경마장, 골프장, 스키장, 대형 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등의 매장만 상업용 음원 사용에 대해 공연권료를 부과했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복합쇼핑몰’과 ‘그 밖의 대규모 점포’도 공연권료 부과 대상에 추가됐다. 매장에서 기업용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어떤 음악을 몇 차례 틀었는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법이 강화될수록 매장 음악 서비스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니면 연말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지식경제 시대의 한 단면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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