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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관계자들이 말하는 영화 ‘돈’ 팩트체크와 '썰썰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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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6 11:45:13 수정 : 2019-04-26 14: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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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여의도 증권가·자본시장 모습 잘 살려 / 여성직원 이미지 실제와 많이 달라 / '부띠끄' 충분히 존재 가능성 있어 / 개인이 큰 금액 거래 못해 / 비정상거래 감지기능, 금감원보다 한국거래소 모습에 더 가까워 / 금감원 직원이 강제수사?…실제 금감원엔 강제권한 없어 / '무차입 공매도' 법적으로 금지하나 여전히 존재
영화 ‘돈’의 포스터

영화 ‘돈’의 관객수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조금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비교적 새로운 소재인 여의도 증권가와 자본시장 교란행위 등을 잘 살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자주 물어본다. “진짜 부띠끄가 있나요?”, “증권사 사람들은 저렇게 돈을 버나요?”, “금융감독원은 어떻게 조사하나” 등의 질문이다.

 

다소 어려운 주제라 아무래도 증권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직접 인용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돈’을 본 증권회사,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사람들 5명에게 물었다. 공통적으로 있을 법한 일을 잘 묘사했다고 감탄하면서도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폭소를 터트렸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 주변으로부터 많은 눈치를 받는다고 간절하게 요청한 탓에 이들 모두 익명으로 표기했다. 따라서 모두 각자가 요청한 별명으로 이름을 대체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서로에 대해 비판 아닌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 ‘돈’의 여의도 출근길 한 장면

◆영화 속의 여의도는 “토 나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배경은 단연 한국의 맨하탄인 여의도다. 여의도는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나뉜다.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한 여의도 서부, 그리고 금융기관이 빼곡히 밀집돼 있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여의도 중심이다.

 

영화의 배경을 보고 증권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토 나온다”, “속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다찌마와리(男)는 “매일같이 보는게 여의도인데 영화에서까지 보니 내일 출근생각이 번쩍 나더라”며 “속이 울렁거리는데 친숙한 배경이다보니 영화가 더 사실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증권회사 영업업무도 현실감을 잘 살렸다는 반응이었다. 많은 고객을 유치해 좋은 실적을 내고 기뻐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증권회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찌마와리는 “특히 영업파트는 고객을 많이 유치해 많은 수수료를 받는 사람이 곧 벼슬아치다”며 “고객을 유치하기위해 영화처럼 매일 술자리 만들고 온갖 따까리 짓을 한다”고 토로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원진아는없다(女)는 “영화에서의 여성직원 이미지와 실제 여성직원의 모습은 꽤나 다르다”며 “별로 공감되지 않았는데 영업 문화가 남성적이고 남성직원을 선호하다보니 여성직원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영화속에서 금감원 직원 한지철 역할을 한 배우 조우진 씨

◆“금융감독원은 저렇게 일하나요?”, “부띠크는 진짜로 있나요?”

 

영화에서 배우 조우진 씨가 연기한 금감원의 사냥개 ‘한지철’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선뜻 딸 아이에게 태블릿 PC를 사줄 형편은 되지 않지만,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해 부띠끄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역할이다.

 

영화 금감원 모습을 본 진짜 금감원 직원 먼지없는안경(男)의 첫 마디는 “아이고, 감사합니다”였다.

 

그는 “영화에서 멋있게 묘사해주니 너무나 고마웠다”며 “실제로 조사파트에 근무하는 사람 중 몇몇은 영화 속 한지철처럼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선량하게 생긴 사람도 많다”고 웃었다. 

 

작중 조일현(배우 류준열)이 부띠끄인 ‘번호표’를 만나는 장면

영화 속 부띠끄인 ‘번호표(배우 유지태)’의 존재도 신선했다. 관객 대다수는 실제로 저런 부띠끄가 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증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폭파전문(男)은 “예전 60~70년대 당시 ‘명동 불곰’이니 뭐니 지역별 사채왕들이 있었다”며 “그 사채왕의 자제 중에서 유학 등을 통해 금융 관련 고급 교육을 받고 자본을 앞세워 부띠끄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먼지없는안경은 “충분히 있을거라고 본다. 실제로 금감원에 적발된 사람 중에서 부띠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문제는 부띠끄들이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적발돼도 나중에는 법망을 교묘히 잘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찌마와리는 “증권사에 근무하는 사람 중 연봉 공시 자료를 보면 부띠끄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나온다”며 “증권사 평균 연봉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 억원의 연봉을 받는데 본사가 아닌 지역 지점에 근무한다면 부띠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처럼 ‘대박’… 일상에서 가능?

 

영화에서 부띠끄와 접선한 조일현(배우 류준열)은 첫 거래에서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대박’을 터뜨린다. 그 이후로도 조일현은 부띠끄에 협력하면서 건당 수백억원 상당의 거래를 진행한다.

 

이 장면에서 증권사 직원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찌마와리는 “말도 안되는 장면”이라며 “실적 제대로 못내는 직원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을 거래하면 회사에서 박수 쳐주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그 직원을 끌어내고 다른 직원을 투입시킨다”고 말했다.

 

폭파전문도 “몇 푼 수수료 더 올린다고 수상한 행동을 응원해주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몇 배, 수십배로 돌아온다”며 “조일현처럼 행동하다가 아예 컴퓨터를 차단시키거나 회사 내부에서 곧바로 조사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같은 생각은 증권사 직원 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서 근무하는 조사하면다나와(男)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다나와는 “영화에서는 비정상거래 감지기능이 금감원에만 있는 것 처럼 묘사했는데 사실 영화에서 나온 장면은 한국거래소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했다.

 

또 그는 “영화처럼 실시간으로 비정상거래를 감독한다. 근데 영화처럼 그렇게 큰 금액을 개인이 쉽게 거래하지도 못한다”며 “행여 영화처럼 거래를 하면 곧바로 적발되고 동결된다”고 했다.

 

영화 ‘돈’의 한 장면

◆“니들 하는 짓이 도둑질, 사기랑 뭐가 다른데?”

 

영화에서 금감원 직원 한지철은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항상 애를 먹는다. 작중 한지철은 검찰과 함께 팀을 꾸려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 지점은 금감원의 고충과 가장 맞닿은 부분이었다. 먼지없는안경은 “금감원의 가장 큰 한계는 강제조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자료조사도 임의제출, 대면조사도 임의동행 방식이기 때문에 배째라 하면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요즘은 자본시장에서 장난질 치면서 수 억, 수 십억을 빨아먹는 인간들도 법과 규정을 공부하고 전임 변호사를 동원해 피해나간다”며 “진짜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금감원 직원 일부에게 부여해서 강제조사를 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사하면다나와 역시 “거래소에서도 비정상거래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조사를 나가지만 강제권한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상거래가 발생할 경우 기본적으로 금감원에게도 전달하는데 여기도 강제권한이 없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

 

영화 ‘돈’의 포스터

◆‘무차입 공매도’ 실제로 있나요

 

영화 마지막에서 조일현은 ‘공매도’를 역으로 이용해 부띠끄를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빈 것’을 파는 것 즉, 주가 하락장에서 타인의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면서 주식도 보존하고 차익도 얻는 개념이다.

 

이 중 논란이 되는 것은 단연 ‘무차입 공매도’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할 수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위조지폐나 다를게 없다”고 비판한다.

 

자본시장을 교란할 여지가 큰 무차입 공매도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무차입 공매도가 존재하냐는 질문에 대해 조사하면다나와는 “노코멘트”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없다고는 안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원진아는없다는 “있으니깐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지”라고 여운을 남겼고, 다찌마와리는 “무차입 공매도를 옹호하진 않지만 이게 없으면 자본시장 흐름이 둔화되고 신체에서 혈관 막히듯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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