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인권단체가 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사진)의 작품 ‘복학왕’이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안84에게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그는 ‘복학왕’ 웹툰 마지막 부분에 이미지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0일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겼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웹툰 장면은 248화로 청각장애인 캐릭터 ‘주시은’이 휴게소에서 음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말을 어눌하게 하고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표현됐다.
캐릭터 ‘주시은’은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 “비싸네, 하나마 머거야디”, “딘따 먹고 딥엤는데” 등 부정확한 발음의 대사를 이어나갔다.
이에 전장연 측은 “해당 장면이 청각장애인은 말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심화하고 청각장애인을 별개의 사람인 것처럼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연재물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사람처럼 희화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장연 측은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기안84에게 이런 식으로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할 정당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장연은 기안84를 향해 “그는 장애에 대해 광고를 통해 차별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차별이 쌓이고 쌓여 이와 같은 결과물까지 만들어진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금도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며 기안84에게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차별 행위를 해온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기안84의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인 네이버 주식회사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가 다른 작품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기안84는 이날 오후 문제가 된 ‘복학왕’ 248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번 원고에 많은 분들이 불쾌하실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말씀 드린다”며 이미지로 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성별/장애/특정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며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으며 현재 ‘청각장애인 희화화’ 논란이 불거진 문제의 장면 속 대사들은 일부 수정된 상태다.

앞서 기안84가 이러한 논란에 휘말린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웹툰에서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한 대사 로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또 여성 팬과 사진을 찍다가 “미투 때문에 멀찍이 서서 찍어야 한다”고 말해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 차별행위로 정하고 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기안84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네이버 웹툰 ‘복학왕’, MBC ‘나 혼자 산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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