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27)은 16세에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 스카우트 돼 독일로 건너간 뒤 2010~2011시즌 마침내 1군 그라운드를 밟으며 본격적인 프로축구선수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단 한 번의 후퇴 없이 끊임없이 성장해나갔다. 분데스리가 상위권 팀인 레버쿠젠에 영입됐고, 여기서도 활약을 거듭해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입성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활약 속에 소속팀들도 성장했다. 레버쿠젠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단골 팀이 됐고, 토트넘은 리그는 물론 UCL에서도 정상을 노리는 팀으로 발전했다. 다만, 미련이 하나 남았다. 바로 우승 타이틀이다. 9시즌 동안 3개 팀을 거치며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한 것. 선수 평가에 타이틀 획득 수가 결정적 요소인 세계축구계에서 이는 손흥민이 저평가 받는 한 이유가 됐다.

마침내 아쉬움을 털어낼 시간이 왔다.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향해 손흥민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그것도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UCL 결승전이 그 무대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6월2일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메트로폴리타노 스타디움에서 같은 EPL 소속의 리버풀과 단판 승부로 UCL 챔피언을 가린다. 손흥민이 2010∼2011시즌 박지성 이후 한국 선수로서는 8년 만에 UCL 결승 그라운드를 밟을 전망이다.

두 팀은 모두 4강에서 막판 뒤집기의 기적을 만들었다. 리버풀은 4강 1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0-3으로 패한 뒤 2차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두며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토트넘은 1차전에서 아약스에 1-0으로 패한 뒤 2차전에서도 전반까지 2-0으로 뒤지다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치며 팀 역사상 첫 UCL 결승에 나서게 됐다. 두 팀 모두 기세로는 상대에 단 한 발짝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는 올 시즌 EPL에서 맨체스터시티와 마지막 날까지 선두경쟁을 펼친 리버풀이 확연히 앞선다. 리그 최종 순위는 리버풀 2위, 토트넘 4위로 두 단계 차이지만 승점 차는 25에 달한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번 결승 예측에서 리버풀의 손을 들어준다. UCL 결승까지 도달했지만 토트넘도, 손흥민도 여전히 도전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손흥민은 도전자일 때 더욱 빛나는 선수다. 상대가 강할수록 손흥민 특유의 과감한 역습이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와의 16강전, 맨체스터시티와의 8강전 등을 비롯해 올 시즌 UCL 상당수 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력상 우위 팀과 맞섰고, 손흥민은 역습의 선봉에 서서 이를 극복해내는 데 앞장섰다. 이번 결승도 그는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26)과 함께 최전방에서 리버풀의 골문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케인이 부상에서 막 복귀해 경기감각에 의문이 있는 만큼 손흥민의 골이 더욱 절실하다. 만약, 손흥민이 결승에서 골을 추가하면 2016∼2017시즌 남긴 개인 한 시즌 최다 골(21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멀티 골을 터뜨린다면 새 기록이 탄생한다. 여기에 그의 활약으로 우승하게 되면 첫 트로피와 함께 아시아 최고 선수를 넘어 진정한 ‘월드클래스’로 인정받게 된다.

한편, 이번 결승은 ‘무관의 명장’인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한판 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두 감독 모두 최근 10년여 동안 유럽 축구에서 각광받아왔지만 영광의 정점인 UCL 우승은 차지한 적이 없다. 클롭은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을 맡아 각각 한 번씩 두 번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포체티노는 아예 이번이 생애 첫 UCL 결승이다. 현역 중 UCL 우승 경력을 갖춘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지네딘 지단, 카를로 안첼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결승전이 끝나면 두 명장 중 한 명은 UCL 우승 경력까지 갖춘 최고 감독으로 올라서게 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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