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시행되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상생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외주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은 전전년도 방송사업 매출액과 외주제작비 지출액이 각 800억원, 50억원 이상인 방송사업자는 매년 외주제작 프로그램 표준제작비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외주제작사와 상생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프로그램 저작권은 창작 기여도에 따라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저마다 준비로 분주하면서도 상생 방안을 자체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KBS는 올해 1월 외주제작 협력 및 상생 지침을 만들었다. KBS 측은 “가이드라인의 대부분 내용이 지침에 있다”며 “외주제작비를 인상하는 등 외주제작사의 인건비 현실화와 권리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도 사장 직속 콘텐츠 상생협력위원회를 운영하며 외주제작비를 인상하는가 하면, 외주제작사의 원본 사용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포상 제도도 신설했다. SBS는 2017년 정부가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낸 뒤 이듬해 외주제작사 직원들의 상해보험 가입,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인건비 인상 등 선도적으로 노력해 왔다.
외주제작사 단체들은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개별 외주제작사나 독립PD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외주제작사 단체가 표준제작비 산정과 상생협의체에 참여하고 표준제작비는 공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 기여도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에는 ‘제작 기여도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사 각각의 기획·개발·제작 기여도를 함께 고려해 산정하고 재정 기여도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이보다 후퇴한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우선 시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사나 외주제작사, 단체들을 만나 보면 말이 다 다르다”며 “방송법 개정이 궁극적 목표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이드라인은 자동 폐기되고 규칙 등으로 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방송법 개정안에는 방송사업자가 외주제작 표준규약을 제정·공표하게 하고 재허가·재승인을 할 때 그 준수 여부를 심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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