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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명무실' 검찰 불기소처분 불복하는 재정신청…공소제기율 0%대

입력 : 2019-09-29 10:48:27 수정 : 2019-09-29 13: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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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제기를 명령할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2015년 7월 서울고법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한 피해여성 A씨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여성은 2013년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벌어진 ‘별장 성접대’ 의혹 당시 김 전 차관으로 보이는 인물과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4년 김 전 차관을 형사 고소했으나 검찰은 그해 7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여성은 검찰 불기소 처분해 불복해 이듬해 초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검찰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고소·고발인 매년 증가…10년 새 40% ↑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고발인이 검찰청과 법원에 재수사·공소제기를 요구하는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고소·고발인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0.%대(재정신청 기준)에 불과했다. 제도 취지를 고려해 고소·고발인 신청에 따른 재수사·공소제기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세계일보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로부터 입수한 ‘법원 재정신청·대법원 재항고 접수 및 인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고소·고발인 수는 2만2293명이다. 2010년 1만5450명 대비 44.3%(6843명) 늘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1만6010명이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고등법원에 신청한 재정신청이 기각됐을 경우, 고소·고발인이 대법원에 내는 대법원 재항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법원 재항고의 경우 6741명이 신청했다. 2010년 3089명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연합뉴스

 

고소·고발인이 검찰에 제출하는 항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검찰청에 접수된 항고 건수는 3만687건이다. 2010년 2만1709건에 비해 41.4%(8978건) 늘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다만 대검찰청 재항고의 경우엔  지난해 1552건으로 2010년 2163건에 비해 소폭 줄었다.

 

재정신청·대법원 재항고, 항고·대검찰청 재항고는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다.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만이 있을 경우 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재수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당 고소·고발인은 대검찰청을 상대로 대검찰청 재항고를 낼 수 있다. 상대방의 일부 혐의(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불법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 피의사실 공표 등)로 고소·고발이 이뤄졌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을 땐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승인하면 검사는 공소제기를 해야 한다. 만약 재정신청이 기각될 경우 고소·고발인은 대법원에 대법원 재항고를 낼 수 있다.

 

◆불복 절차 밟아도 공소제기는 사실상 불가…재정신청 인용률 0%대

 

재정신청·대법원 재항고, 항고·대검찰청 재항고가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지난해 고소·고발인이 고등법원에 신청한 재정신청에 따른 공소제기 비율(처리인원 대비 공소제기 인원)은 0.52%에 불과하다. 2010년 1.45%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했다.

 

지난해 대법원 재항고에 따른 공소제기율은 0.02%에 불과했다. 항고와 대검찰청 재항고가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그나마 높다.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항고 중 재수사 명령이 내려진 비율(처리건수 대비 재기수사 명령 건수 비율)은 10.7%다. 대검 재항고의 재수사 명령 비율은 2.6%를 기록했다.

 

 

법조계에선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해 재정신청·대법원 재항고, 항고·대검찰청 재항고 인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16년 투자자를 상대로 회사 대표가 10억원가량을 빼돌린 고소 사건을 담당했는데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며 “이후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는데 제대로 검토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기소 이유서에 기각사유가 자세히 기재되지 않았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초동의 변호사도 “재정신청이 이뤄져도 형사 재판처럼 법정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며 “의뢰인이 재정신청을 문의해도 인용률이 1%도 안 된다며 돌려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고등법원 재정신청의 경우 검찰 자료만 보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재정신청 결정 과정에서 검찰에 추가 수사를 명령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도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검토를 많이 한다”며 “기소는 검찰 신뢰와도 연결돼 처음부터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항고 과정에서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오류가 걸러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기헌 의원은 “항고 인용 비율이 낮은 것은 ‘같은 검찰’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법원도 재정신청 과정에서 공소제기에 관련해 더욱 촘촘한 심리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재정신청 대상범죄 확대,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하고, 일정한 전제조건을 정하고 그 조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하는 기소법정주의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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