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을 저지른 교원은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해 교직 복귀를 막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무관용원칙)가 일선 교육청의 징계 과정에선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한 교직생활’ 등을 이유로 정직·감봉 등 해임 미만의 징계를 내려 다시 교단에 설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 성폭력 사안을 인지해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거나 수업 배제, 격리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교원 성비위 근절 이행실태’에는 이 같은 내용의 교원 성비위 사안 관련 17개 시·도교육청의 부적절한 대처 사례가 담겼다. 지난해 5∼6월 교육부는 2017년 9월5일부터 지난해 3월31일까지 각 교육청에서 처리된 교원 성비위 사건 결과를 중점 점검해 그해 11월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인천·충남·대전·전남 교육청 등에서는 성 비위 교원의 징계를 부당하게 감경한 사례가 적발됐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성폭력 교원에 대한 징계는 교직 복귀가 불가능한 ‘배제징계’인 파면·해임으로 제한돼 있고 이들은 징계 감경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지만, 징계위원회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충남 A중 교사는 한 학생 성기를 2회, 또 다른 학생의 성기를 1회 손등으로 툭 치는 강제추행으로 충남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에 회부됐지만 징계는 ‘감봉 1월’로 결정됐다. 일반징계위는 “(가해 교사가) 26년간 담임으로서 교직생활을 성실하게 해온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인천 B초교에서는 같은 학교 재직교사를 총 5회에 걸쳐 강제 추행했지만 징계는 ‘정직 3월’로 결정됐다. 대전 C고교 교사는 회식자리인 노래방에서 동료교사 가슴을 움켜쥐었으나 징계위는 “(가해교사가) 깊이 반성했고, 고의성이 있거나 성적인 의도를 가진 추행이라 판단하지 않아 정상참작했다”며 ‘감봉 1월’을 의결했다.
학교가 성 비위 사안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의 D고는 2016년 10월 경찰로부터 소속 교사가 아동·청소년대상 성매매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는 수사상황을 통보받았지만 징계에 착수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해당 교사는 검찰이 불구속 구공판 처분을 내린 뒤에야 직위해제됐다.
충남 F초교에서는 교사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초등학생의 허벅지 안쪽 맨살부위를 문지르듯 추행했고 F초는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지만, 수사기관 신고조치나 가해교사 수업배제, 피해자 보호조치 등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F고에서는 2017년 5월 교사가 야외스케치 수업 중 음주 상태로 학생을 안는 등 강제추행을 저지른 사안에 침묵했다. 서울 G고에서는 교사가 수업 중 “화장한 애들을 보면 홍등가 여인 같다” “남편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하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지만 학교는 묵묵부답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르면 학교장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미신고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 의원은 “시·도교육청에 설치된 징계위에서조차 ‘솜방망이 처벌’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범죄 교원에 대한 엄벌주의와 함께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가·피해자 분리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당국에서 철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최소 2016년부터 교원 성비위 양형 기준 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같은 사실을 한 차례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도록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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