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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기후변화 대응이 곧 산불 예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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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5 23:32:45 수정 : 2025-03-25 23: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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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건조해지는 대기변화 맞춤형 산림전환
탄소배출 감축 등 가속되는 온난화 늦춰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극한 기상·기후현상에 의한 피해 빈도와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봄철 대형산불이 거의 매해 발생하여 막대한 재산 손실뿐 아니라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초래하고 있다. 산불을 단순히 자연현상의 일부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심각한 환경 위기로 인식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강수량 변화와 극단적인 기상·기후현상의 증가를 초래한다. 이러한 변화는 산불 발생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봄철에는 가을부터 쌓인 낙엽과 잔가지가 건조해지고, 갑자기 상승한 기온과 강한 바람이 결합해서 산불 발생 위험이 극대화된다.

허창회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과 함께 봄철 기온도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이는 숲 내부의 수분을 증발시켜서 건조한 환경을 만든다. 건조한 숲은 산불의 주요 연료가 되며, 우리가 부주의하게 버린 작은 불씨가 대형산불의 도화선 역할을 한다. 게다가 봄철 강수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면서 산림의 습도가 더욱 낮아져서 비가 2~3주 동안 내리지 않아도 전국 어디서든 산불이 발생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은 그 규모와 피해 면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2019~2020년 호주 산불은 약 2400만헥타르의 산림을 태웠으며, 수십명의 사망자, 10억마리에 이르는 동물 피해, 수십억달러의 재산 손실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강원도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산불은 1500헥타르의 산림을 태웠으며, 이에 따라 수백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급속히 확산했고 헬기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이 한 번 소실되고 나면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고, 토양이 침식되어 적은 비에도 홍수가 날 위험이 커지는 등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봄철 대형산불의 위협이 증가하는 만큼 기후변화 위협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를 먼 미래의 문제로 생각하거나,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나 봄철 대형산불의 예에서 보듯이,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학교, 지역사회, 미디어 등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이 산불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산불 감시활동에 참여하거나 환경 정화활동을 통해 산불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도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산불 예방을 위한 정책과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봄철 대형산불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대책도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과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산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산불 발생 위험을 줄여야 한다. 산림 내부의 건조한 식생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거나, 산불에 강한 수종을 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산불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는 산불 방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 재생 가능 에너지 활용,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불 예측 시스템, 인공위성과 드론을 이용한 산불 감시 및 진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늘어난 재난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허창회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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