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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싱크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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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5 23:33:13 수정 : 2025-03-25 2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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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용어가 있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산업재해예방: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 소개됐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상징후를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제 오후 6시29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사거리에서 지름 20m 크기의 대형 싱크홀(sinkhole·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싱크홀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서울 도심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생겨 승용차 한 대가 통째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어 종로5가역 인근, 고려대역 인근 등지에서도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

도심의 싱크홀은 대체로 지하수 변화로 인해 나타난다. 지하수를 한꺼번에 많이 쓰거나 공사 등으로 지하수가 과다 배출돼 땅속 지하수 양이 달라지면, 지하수가 빠져나간 빈 공간으로 주변의 흙이 쓸려가 땅 꺼짐이 생기는 거다. 이번 사고도 싱크홀 내부에 상수도 배관 파열로 누수된 물이 약 2000t의 토사와 함께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전인 2014년 석촌 지하차도 대형 싱크홀도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가 원인이었다. 더구나 이미 3월 초부터 인근 가게와 주유소 지반 일부가 내려앉는 등 싱크홀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10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23건에 달한다. 이 중 70건이 상·하수관 노후 및 손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크홀 사고가 반복되자 서울시는 올 1월 노후 상·하수관로 집중 정비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반 침하 예방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시행 두 달 만에 대형사고가 터진 셈이다. 시민들은 언제 날벼락을 맞을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싱크홀은 지하 난개발에 대한 사전경고일 수도 있다. 걷기도 차를 타기도 겁나는 세상, 안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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