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수많은 술을 접하며 산다. 흥미로운 것은 모두 술이지만 알코올 도수는 각각이란 것이다. 맥주와 막걸리는 5~6% 전후가 가장 많으며, 와인은 11~15%가, 소주는 15~50% 전후, 고량주는 30~55%, 위스키는 40~ 60%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같은 술인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술은 두 종류로 나뉜다. 바로 발효주와 증류주다. 맥주, 와인, 막걸리, 청주 등이 발효주이며, 소주, 고량주, 위스키, 코냑 등은 증류주이다. 발효주는 자연 상태에서 일어난 방식이며, 증류주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높인 방식이다. 그래서 자연 상태에서의 발효주는 있어도 증류주는 없다.
발효주는 말 그대로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수분 속의 당이 효모라는 균에 의해 알코올로 바뀌는 것이다. 곡물로 만들어지는 술은 과일과 달리 곡물 속 전분을 쪼개야 당으로 바뀐다. 이러한 과정을 당화라고 부르는데, 식혜가 이러한 당화 과정의 대표적인 음료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곡주는 우선 식혜형태로 만들어야 술을 빚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도를 아주 높이면 막걸리도 알코올 도수가 위스키처럼 높아질 수 있을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연계에서 가장 높은 알코올 도수는 20% 정도로 본다.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효모균 등 발효를 담당하는 균류가 생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당도가 너무 높아도 알코올 발효가 되지 않는다. 삼투압이 높아서다. 그래서 당도가 극도로 높은 꿀 등은 상하지 않는다. 우리가 청을 만들 때 설탕을 가득 넣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결국 소금이나 설탕 둘 다 천연방부제의 역할을 한다.
결국 알코올 도수 20%가 넘는 제품은 인위적으로 증류 등을 통해 알코올을 분리해 낸 증류주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알코올 40%가 되면 그 어떤 균도 생식하지 못한다. 즉 상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없다. 영원히 집안의 장식장에 놓고 마실 수 있다. 위스키 및 보드카 등이 알코올 도수 40%를 기준으로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자연 상태의 발효주는 있어도 증류주는 없다.
고급 증류주는 기본적으로 발효주로부터 알코올 도수 60~70% 전후의 원액을 뽑아낸다. 여기에 물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고급 위스키 및 코냑의 경우는 일부러 공기 중에 알코올을 증발을 시켜서 도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알코올 도수가 원가에 가장 많이 비례하는 것은 막걸리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막걸리는 가격이 높아 시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진정한 애주가라면 이러한 막걸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굉장히 실험적인 제품이며, 천편일률적인 막걸리 맛이 아닌 농산물이 가진 원료의 맛 그대로 살린 술이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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