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 중국 여행 중 뇌출혈이 발생한 A씨는 현지 병원에서 1, 2차 수술을 받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외국인이라 병원비는 하루에 700만원씩 청구됐다. A씨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터넷 포털에서 찾은 한 해외환자이송업체에 견적비 2000만원을 지불하고 항공료와 체류비용 등으로 2000만원을 추가로 냈다. 업체 직원 4명이 중국으로 건너왔는데 중국 현지 의사는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한 데 비해 이들이 가져온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송을 거부했다. 현지 의사는 “이대로는 비행 중 사망할 수 있다”며 “다른 업체를 부르라”고 했다. A씨 가족은 해당 업체에 강하게 항의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지체된 시간만큼 현지 병원비와 타업체 비용 등 이중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A씨는 입국 3개월 뒤 사망했다.
#2 B씨는 2018년 필리핀에서 익수 사고를 당해 뇌손상을 입었다. B씨 가족은 한국의 한 해외환자 이송업체를 통해 민항기(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입국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항공사에선 환자의 산소사용량이 많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했다. B씨 이송만을 위한 전용기를 빌려야 했다. 업체가 B씨 상태에 적합한 산소통 갯수 등 필요 장비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탓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에 전용기 대여·운항 경험이 없는 점이었다. 해당 업체는 부랴부랴 전용기 서비스가 가능한 C업체에 연락을 했다. C업체 관계자는 곧장 필리핀으로 날아와 환자 상태를 점검했고 “인퓨전펌프가 꼭 있어야 하는 환자인데 구비한 장비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9000만원 가량 지불한 전세기까지 동원한 상황에서 비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C업체가 가져온 휴대용 장비로 대체하며 아슬아슬하게 한국에 돌아왔다. 무사히 입국했지만 B씨는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차에서 심장마비가 왔고 세상을 떠났다.
해외환자이송업체의 자격 미달 혹은 판단 부족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례들이다.
미국은 해외에서 치명적 사고를 당한 미국인의 신속하고 안전한 입국을 위해 해외환자 이송업체에 진입장벽을 두고 당국을 통해 사실상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부처 모두 서로 떠넘기는 가운데 해당 시장을 ‘무법지대’로 방치하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실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2870만명(연 인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공식 통계가 없어 이 중 몇명이 해외에서 다쳤고 비행기를 통해 이송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 업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자격 미달 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살 수 있었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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