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좌파 성향의 스페인 집권 사회노동당(PSOE)이 10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또다시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1일 스페인 공영 RTVE방송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노동당이 하원 총 350석 중 120석(득표율 28%)을 가져가며 제1당 지위를 수성했다. 하지만 단독 정부 구성을 위한 과반(176석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지난 4월 총선(123석)에 비해 오히려 규모는 3석 줄어들었다. 사회노동당의 경쟁 정당이자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은 지난 총선 대비 22석 늘어난 88석(20.82%)을 가져가며 약진했다.
극우 성향의 복스(Vox·52석)는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뛰어올랐다. 복스는 4월 총선에서 24석을 확보하며 처음 원내로 진입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배 이상으로 규모를 늘렸다. 이러한 결과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교적 유화적으로 카탈루냐 정책을 펼쳐온 산체스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며 강공책을 주장해온 복스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이번 선거는 최근 4년 중 네 번째 치러진 총선이다. 2015년 12월, 2016년 6월에는 모두 국민당이 제1당에 올랐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한동안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다. 사회노동당은 지난해 6월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국민당 정부를 중도실각시키고 집권했지만 소수내각이라는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4월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이후 제1당 지위를 확보한 사회노동당은 급진좌파 포데모스를 상대로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공을 들였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이번 총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전례 없는 정치적 분열의 시대에 있는 스페인의 교착 상태를 끝내지 못하고, 정부 구성을 위해 수개월간의 협상과 교섭을 다시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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