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스턴 S. 처칠 - 전쟁과 평화의 위대한 리더십 / 강성학 / 박영사 / 2만8000원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의 처칠 연구론이다. 이 시대의 필요한 인물을 평가한 논리정연한 글솜씨가 돋보인다. 그는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지도자를 마주치기가 어렵다”면서 “슈퍼스타 같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영웅적 정치지도자를 만나려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역사적으로 공인된 영웅인 처칠을 찾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처칠을 통해 한국인들의 영웅에 대한 갈증이 간접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1933년 처칠은 다가오는 위험을 모든 사람들에게 경고한 첫 정치가였다. 그러나 히틀러에 대한 처칠의 경고는 무시되었다. 당시 영국인들은 나치의 군사행진을 방관했고, 비극은 시작되었다. 처칠은 단지 영국 역사에서 최고의 정치지도자요 영웅으로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03년에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19세기 이후 유럽 위인들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윈스턴 처칠이 1위에 올랐다.
처칠은 또 한번 스탈린의 등장을 예견한 지도자였다. 처칠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절반 이상이 소련의 지배하에 놓일 것으로 예상하고 그것을 막아보려 했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1944년 10월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처칠과 스탈린의 회담이었다. 그 때문인지 전후 그리스는 공산화를 면할 수 있었다.
아마 처칠의 말대로 스탈린을 저지했더라면 현대 세계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6·25의 비극이 없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강 교수는 정치적 리더십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처칠의 연구가 가장 생산적“이라고 조언한다. 처칠은 거의 70년 동안 자신이 스스로 리더십에 관해서 글을 썼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지위에서 리더십의 원칙들을 적용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행동하는 정치가로서 정치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처칠은 영국을 위한 애국주의와 세계주의를 고루 갖춘 지도자이며 역사학도였다. 처칠은 로마사의 대가였다.
강 교수는 “정치를 하려거든 처칠을 공부하고 그처럼 말하고 또 그처럼 행동하든가, 아니면 아예 정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나라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결국 자신의 인격만 망치고 말 것”이라며 책을 마무리했다. 그는 초강대국 대결 와중에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숙독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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