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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김학의 사건 처음과 끝은 돈… 피해여성들 윤중천과 원한관계” [이슈+]

입력 : 2019-11-25 06:00:00 수정 : 2019-11-25 0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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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처음과 끝은 돈이다. 과거사위 조사가 혼란을 야기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일원으로 김 전 차관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법원의 그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이후 페이스북에 그에 대한 재수사가 애초 정치·여론에 떠밀린 무리한 결정이고 과거사위의 조사도 혼란을 야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준영 변호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박 변호사는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이 2013년 1차 수사 검사들이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 등에 대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데 대해 이해가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1차 수사검사들이 혐의가 없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불기소이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혐의가 없다는 판단의 주된 근거는 여성들 진술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이 문제점을 지나치게 자세히 담을 경우 사생활과 명예의 침해 문제, 선입견을 가지고 욕보이는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수사 검사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기소이유를 50페이지 이상 작성했다가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혐의없음 판단에 필요한 내용만 담았다는 것이 당시 수사검사의 설명”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 사건 기록 분량은 상당했다고 한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사기, 배임 등 개인 비리 사건 기록도 함께 있었고 이 가운데 박 변호사는 성범죄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경찰과 검사의 판단이 완전히 다른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통상 사건기록을 볼때 검찰 기록을 먼저보는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사건 관련해선 무혐의 처분을 한 검찰 기록을 먼저 보면 선입견이 생길 것을 우려해 경찰 기록부터 봤다고 한다. 그가 본 경찰 수사 기록에 적시된 여성들의 진술을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내용도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만일 경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면 당시 수사 검사들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게 박 변호사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검사들은 위와 같은 경찰 기록상의 여성들의 진술을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봤다”며 “‘여성들의 통화 녹음, 여성 A씨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 이메일 등’은 강간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여성들의 경찰에서의 진술보다 밖에서 자유롭게 나눈 대화 등을 더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사건의 배경 때문”이라며 ‘불편한 진실’을 털어놨다. 

 

박 변호사는 “윤중천과 내연관계였던 여성 A씨는 윤중천에게 속아 큰돈을 잃었다”며 “관계를 끝내면서 돈을 받으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성문제 등으로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것이 돈을 받는데 도움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고 내연관계였던 자신보다는 다른 피해여성의 사건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여성 B씨의 경우 “윤중천이 돈 많은 사림인 줄 알고 만났다가 윤중천에게 속아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사람”이라며 “A씨는 B씨에게 나를 도와주면 피해 입은 돈을 대신 주겠다고 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에도 등장하는 A씨와 B씨의 통화내용과 문자메시지 중에는, B씨가 A씨에게 ‘윤중천과 자신은 돈 문제만 빼면 그냥 인간적인 관계’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A씨는 B씨에게 ‘윤 회장(윤중천)이 너를 무척 아끼는 것 알지’라는 문자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은 이 두 사람 뜻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B씨는 A씨가 주기로 한 돈을 주지 않자 욕을 하기도 한다”며 “B씨는 과거사 진상조사도 거부했다. 제가 조사팀을 나올 때까지 B씨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 “여성 C씨는 윤중천을 만난 후 약 1년 동안 원주별장에 수시로 출입했고 1~2개월 동안 원주별장에 살기도 한 사람”이라며 “C씨는 검찰조사과정에서 ‘경찰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은 성관계를 맺은 것은 강간을 당한 것이라는 경찰관의 반복적인 설명을 듣고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으나 조사를 받고 난 뒤 강간을 당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아 담당 경찰관에게 피해자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두 검찰의 과거 수사 당시 불기소이유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한다. 여성 C씨도 과거사 진상조사를 거부했고 박 변호사가 내부 사정으로 진상조사단 조사팀을 나올 때까지 C씨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사건이 불거지기 전 윤씨로부터 횡령혐의로 고소를 당한 D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D씨는 윤씨로부터 돈을 받아 가게를 운영했는데 가게 보증금을 그의 동의 없이 사용해 윤씨가 횡령혐의로 고소했던 인물이다. 윤씨는 D씨에게 돈을 내놓으라면서 상식 밖의 협박을 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게 사건 이면의 상황이었다. 박 변호사는 “D씨는 이 무렵 윤중천의 고소에 법적 대응을 하려 했고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윤중천을 알고 지내면서 피해를 입은 사실만을 기재하였을 뿐 윤중천과 김 전 차관으로부터 특수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은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메일에는 ‘윤중천과 사이에 인간적인 부분이 있고, 그 동안 쌓은 정과 의리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이메일을 보낸 시점은 윤중천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한 때였다”며 “윤중천을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보낸 메일 내용에 특수강간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 연합뉴스

정리하면 여성 네 명은 모두 윤씨와의 원한 관계가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 여성과 윤씨와의 분쟁사건을 키운 것은 자극적 요소가 강한 별장 성접대 동영상 존재가 드러나면서였다. 박 변호사는 “동영상은 A씨가 돈 때문에 윤중천의 별장에 있던 자동차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우연히 입수됐다”며 “정확히 말하면, A씨의 심부름을 받아 차를 가지러 갔던 남자가 발견했다. 이런 심부름 아무나 하지 않는다. 이 남자에게 동영상은 ‘돈’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별장 동영상은 사건을 키웠다”며 “여성들은 꿈쩍도 않는 윤중천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김학의까지 엮어야 자신들이 윤중천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했을까. 여러 여성이 김 전 차관을 엮어 특수강간을 주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처음과 끝, ‘돈’이었다”고 정리했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수사에 대한 경찰의 정치적 접근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 사건을 접한 경찰에 별장 동영상은 어떤 의미였을까”라며 “(검·경은) 권한과 관련된 입장 대립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김학의라는 고위 검사를 잡아들여 잘못된 검사의 민낯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목적 때문에 경찰이 증거를 신중히 살펴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갔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로 “검사가 여성들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검토한 통화녹음, 휴대폰 포렌식 자료는 경찰 수사기록에 있었다. A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자료인데 이 내용이 경찰의 수사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경찰은 여성들의 구체적인 진술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성폭행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 검증은 기본”이라며 “그리고 여성들의 진술이 의미 있었다면 조사과정을 영상녹화했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들의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가 이뤄진건 검찰수사에서였다.   

 

박 변호사는 여기까지 공개한 내용도 “이 사건의 배경 일부만 언급했다”며 “더 언급하는 건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도 이 사건을 여성들의 성이 이용되거나 착취당한 사건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비난가능성이 크더라도 특수강간죄가 성립하는지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건의 배경과 통화녹음 등 의미 있는 증거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특수강간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진술을 배척한 검사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발생한 김 전 차관 사건은 6년이 지난 뒤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박 변호사는 “윤지오, 버닝썬이 함께 이슈가 되고 김 전 차관이 해외출국을 시도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며 “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다른 이유로 조사팀을 나왔고 제가 나올 때만해도 김 전 차관 수사단이 꾸려질 거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반에는 조사팀을 잘 나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사단에서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었고 페이스북에 글을 계속 썼던 것”이라고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박 변호사는 성접대를 뇌물로 봐서 처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김 전 차관의 구형량은 12년이었다”며 “뇌물죄의 법정형이 이렇게 무겁다. 엄격한 판단이 요구된다.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성접대이고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범죄가 바로 성립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범죄 사실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윤중천은 의미 있는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1차 수사 이후 6년의 시간이 지난만큼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진술인데 이게 흔들리면 사실관계로 인정받을 여지가 좁아진다. 박 변호사는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진술은 사실관계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흔들어버린다”며 “윤지오가 기자의 추행사실을 목격했다는 증언 이후 했던 무책임한 폭로가 윤지오가 한 말 대부분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검찰의 2차 수사 당시 여성 D씨는 1차 수사과정에서 별장 동영상 속 여성이 E씨라고 주장했는데 2차 수사과정에서는 본인이라고 주장했고 그 근거로 머리 모양과 동영상 속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이 자기 옷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D씨는 당시 입고 있던 옷을 잃어버렸다면서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최근 김학의 수사단에서 동영상 속 여성은 D씨, E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D씨도 자신이 아니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2차 수사에서 내려진 혐의없음처분은 법원의 재정신청까지 거쳤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판사들이 별장 동영상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을 모를 리 없다”고도 했다.   

뇌물혐의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라도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흠을 잡으려면 끝이 없는 것”이라며 “(검찰이) 경찰이 특수강간으로 송치한 것의 문제를 바로잡은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중천의 개인비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여성들의 피해 주장 이후 시민들의 공분은 커졌다. 정치와 여론의 압력으로 검찰 수사단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는데 공소시효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전의 검찰수사가 무차별적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사(위) 조사가 혼란을 야기했다”며 “김학의 조사팀에 있었던 저도 이 혼란과 관련하여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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