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 훤칠한 키에 이국적인 외모는 멀리서 봐도 ‘연예인’이다. 안계범(사진) 앞에 붙은 ‘트로트 가수’ 수식어가 이질적으로 다가왔던 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랴.
정작 그는 축구선수 골키퍼, 모델, 영화배우 등 화려한 이력 끝 종착지는 트로트라 말한다. 안계범은 트로트 가수를 하기 위해 돌고 돌아왔노라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2015년 트로트가수로 데뷔한 안계범은 현재 각종 행사를 종횡무진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요즘에는 새로운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겼다.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48’에 출연했던 안예원의 아버지로도 유명해졌다.
트로트 가수로 인생 2막을 열어젖힌 그를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골키퍼, 모델, 영화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트로트가수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2003년 SBS 예능프로그램 ‘도전 1000곡’에 우승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오기 시작했다. 많은 길을 거쳐왔지만 이제서야 나한테 맞는 옷을 입게 됐다.
-연예계 활동을 10년간 중단한 이유는?
2005년 신병이 와서 귀신이 보이는 등 10년간 고생했다. 단기기억상실증도 와서 두 세 시간 전에기억이 사라졌던 경험도 했다. 정말 죽을뻔한 경험이었기에 지금 사는 인생은 보너스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롤모델은 누구인가.
딱히 롤모델은 없고 같이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선경이와 (박)구윤이에게 배울점이 많다. 선경이와 구윤이는 정말 열심히 한다. 예전에 길거리 행사장에 갔는데 무대가 없어서 지나가는 버스를 앞에 두고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더라.
-내년 2월 방영되는 미스터 트롯 프로그램에 혹시 참가하나.
참가하고 싶었지만 나이제한에 걸려 참가하지 못했다(웃음).
-딸 안예원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뿌듯하겠다.
내 딸이지만 정말 예쁜 아이다. 연예계가 결코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너무 내 방식대로 강요했다. 딸 바보지만 요즘에는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 세대와는 다르다는 걸 인정하려고 한다.
심지가 바르고 착하고 긍정적으로 잘 사는 아이라서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거다. 적어도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예원이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미스트롯 이후 행사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피부로 느끼나.
기존 메이저 트로트가수들도 행사를 접을 정도였다고 들었다. 미스트롯 출연자들이 봄여름 행사를 아예 휩쓸었다. 성인가요라는 장르가 젊은 세대를 뛰어넘어서 다시금 부각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다보니 기존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트로트 가수로서 포부.
연예계는 세렝게티인것 같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기 때문이다. 약하면 잡아먹히고 아쉬우면 떠야되고 열심히 해야한다. 그래서 그런 노파심에 딸에게 엄격하게 대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내려 놓으려 한다.
주변인들이 취미로 가수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진짜 트로트가수로 성공하고 싶다. 노래할수록 그 욕심이 커진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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