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차된 차량 앞쪽 후드가 온통 흙에 짓이겨진 흔적으로 더럽혀지고, 여기저기에 동물의 털이 잔뜩 붙었다. 화가 난 차주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증거 영상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범인’의 실체를 확인한 차주는 그저 화만 난 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세차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1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차된 차량 테러당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서 차량 앞 엔진룸을 덮은 후드 전체는 물론 바퀴 위 펜더 부근까지 흙에 짓이겨져 마치 차가 진흙탕 지형을 운행한 듯했다. 동물 털과 이물질도 잔뜩 얹어져 있었다.

차주는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름아닌 길고양이 두 마리였다. 공개된 사진에서 흰색과 노란색 털로 뒤덮인 ‘치즈냥이’ 두 마리가 아옹다옹 다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차주는 “주차된 지 오래돼서 따뜻하지도 않을 텐데 참 오랫동안 올라가서들 놀았다”며 “고양이들 때문에 밀폐형 차고 알아보고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들은 운행을 마친 차량이 따뜻하다는 점을 학습해 차량 위에 올라가는 일이 있다. 또 높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수직 공간 활용을 하며 사는 고양이의 특성상 차에 올라가는 일이 왕왕 있다. 차 아래편은 언제 사람이나 사물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도심에서 은폐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고양이들이 차량 밑이나 바퀴 근처 혹은 엔진룸에 숨어있는 일도 많은 만큼, 차량 출발 전 앞바퀴 위쪽을 손바닥으로 한 번씩 쳐주도록 동물단체들은 당부하고 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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