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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엄지 척과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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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8 23:56:25 수정 : 2021-03-25 13: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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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미국인은 좋다, 잘했다, 최고다, 동의한다 등 인정·찬성의 의미를 상대방에게 전하기 위해, ‘자신의 팔이 앞으로 향하게 하여 주먹을 쥐고 엄지를 위로 치켜올리는 동작’, 즉 ‘엄지 척’을 한다. 보통 ‘오른손 엄지’만 치켜세우지만, 때로는 ‘매우 잘했다’라는 의미로 ‘양손 엄지 척’을 하기도 한다. 미국인은 반감·못마땅함의 의미를 전할 때 ‘엄지 내리기’ 동작을 하지만, 한국인은 그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엄지 신호’는 한국·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중국·일본을 비롯한 꽤 많은 나라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예컨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이 동영상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의미로 ‘엄지 올리기’ 아이콘을, ‘이 동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라는 뜻으로 ‘엄지 내리기’ 아이콘을 사용한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 페이스북에서는 ‘게시물이 좋아요’라는 의미로 ‘엄지 올리기’ 아이콘을 사용하지만, ‘엄지 내리기’ 아이콘은 아예 채택하지 않았다. 개인이 자신의 긍정적·부정적 느낌을 상대방에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를 가진 ‘미국·영국 사회’와 부정적 감정은 되도록 자제하는 ‘한국·중국·일본 사회’의 차이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한편, 히치하이크, 즉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차를 태워달라고 요구할 때, 사람들은 운전자에게 ‘엄지 신호’를 보낸다. 그는 도로변에 서서 팔을 도로 쪽으로 뻗고 엄지로 목적지를 가리키며, 다가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태워달라고 요구한다. ‘히치하이크 신호’는 이동 방향을 포함하기 때문에 엄지가 전후좌우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엄지 올리기’ 또는 ‘엄지 내리기’와 구분된다.

‘엄지 올리기’가 칭찬·동의의 뜻으로 여러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기는 하나, 만국 공통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독일·헝가리 사람은 그것을 단순히 ‘숫자 1’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한다. 태국 사람은 그것을 혓바닥을 내밀면서 메롱 하고 놀리는 것과 같은 ‘조롱’의 의미로 이해한다. 호주 사람은 ‘손을 좀 아래로 내린 상태에서 엄지를 급하게 위로 올리는 행동’을, 그리스 사람은 ‘손을 앞으로 찌르듯이 내밀며 엄지를 위로 치켜올리는 행동’을 상대방을 모욕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란·이라크 등 중동국가 사람도 ‘엄지 올리기’를 호주·그리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한 모욕을 주는 외설적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손짓·몸짓 등 ‘비언어 행동’의 의미는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르다.

손짓·몸짓의 의미는 같은 나라·문화 안에서도 상황·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등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한국에서 ‘엄지 척’은 ‘기호 1’로도 상징된다. 물론, ‘승리의 브이’는 ‘기호 2’로 통용되고, 다른 기호를 가진 후보자들은 각자의 상징을 내세운다. 한국에서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까지 특정 후보의 번호를 상징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엄지 척’ 또는 ‘승리의 브이’ 등 손짓을 하며 투표 인증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했으나, 2017년 초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제19대 대통령선거 때부터는 전면 허용하고 있다. 즉, ‘비언어 행동’은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제도의 영향도 받는다. 우리는 ‘비언어 행동’을 근거로 문화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재확인할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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