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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은 죄가 없다”… 정치권력의 여성 선택권 박탈이 ‘원죄’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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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1 22:00:00 수정 : 2020-02-03 0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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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의 상징 ‘히잡’ 논란 / 이란은 40년 전만해도 짧은 치마 허용 / 1979년 이슬람 혁명 계기 ‘히잡’ 의무화 / 현재는 외국인 방문객까지 착용 강제 / ‘히잡’ 저항·해방 이중적 의미로 평가 / 노래·악기연주 금지 등 女 차별 심각 / 男중심 이슬람문화 ‘뜨거운 감자’로
2월 1일은 ‘세계 히잡의 날’이다.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전 세계 여성의 연대감을 고취하자는 취지로 2013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린 뒤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어느덧 150개 국가, 300여 도시에서 종교와 인종, 국적을 망라하고 열리는 국제 행사가 됐다. 히잡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처럼 커졌지만, 이면의 복잡한 역사와 정체성은 여전히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써도 벗어도 문제? 히잡에 대한 오해

히잡은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히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권’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이란에서 리자 팔레비 국왕 때는 히잡 착용을 금지했고, 현재 이슬람공화국은 히잡 착용을 강제한다. 히잡 착용에 대한 이란 여성의 자유의지는 그때도 지금도 존중받지 못했다.

종교적 자유이자 권리인 히잡은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란, 터키,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독재국가에서 히잡 착용은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국가가 나서서 히잡을 벗겼다. 터키는 1923년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는데 이에 맞서 히잡을 쓰고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낸 여성들이 있었다. 현재는 친이슬람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며 히잡 금지 규정이 철폐됐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는 여성 독립투사들이 세속주의 식민세력에 맞서 히잡을 착용했고, 부르카에 폭탄을 숨겨 독립군을 지원했다.

이와 별개로 히잡의 성차별성에 대한 논의 자체는 계속될 전망이다.

아랍어로 ‘가리다’는 뜻을 가진 히잡의 기원은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였지만 이슬람 경전 쿠란이 “남성을 유혹하지 않기 위해 여성은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무슬림 여성의 의무가 됐다. 초경을 시작하는 13, 14세 무렵 히잡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부족 간 전쟁으로 여성 대상 강간, 약탈이 횡행했던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남성을 유혹한다’고 생각했는데 21세기인 지금도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히잡에 대해 ‘답답하고 덥지 않냐’고 쉽게 생각하는 것도 외부인의 무례한 시선일 수 있다. 무슬림 페미니스트들은 히잡과 니캅을 쓰는 이유에 대해 “모자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시선이나 치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한다. 무슬림 정체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등의 사회적 요구에 주체성을 발현하는 도구로도 사용하는 것이다.

◆끝판왕 이란…과거로 역행해 히잡 강요

57개 이슬람 국가 중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외국인 방문객과 해외에 나간 이란인에게까지 히잡 착용을 강제한다. 히잡은 기본이고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린 옷을 입어야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으면 2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을 물리는 등 처벌한다.

놀라운 사실은 과거에는 이란 여성의 옷차림이 서방 국가 여성들과 비슷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옷차림 규제’가 생겨났다. 40년 전만 해도 이란 여성들은 짧은 치마와 수영복을 자유롭게 입었다. 팔레비 왕조 시절 이란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이란 여성들의 옷차림은 서방 국가 여성과 비슷했다.

그러던 중 일어난 1979년 혁명 이후 이란 정부는 서구적 가치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모든 것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문화 침공’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후 히잡 강요 등 여성 복장 규제가 가장 대표적으로 추진됐다. 잘 입고 다니던 치마를 뺏기고 온몸을 가리고 다니라는 명령이 하루아침에 떨어졌다. 정부는 히잡에 대한 선전용 영상까지 제작했다. 국가가 주도한 백래시(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에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 임계치에 다다랐다. 지난 한달 동안 유명인들의 ‘탈히잡’ 행보와 비윤리적 국영 언론에 대한 양심 선언 등이 이어졌다.

파라 팔레비 전 이란 황후는 “한때 이란 여성들은 사회 분야 곳곳에 진출해 활약하고, 남자들보다 대학 진학률도 높았다”면서 “지금은 여성의 권리가 빼앗기고 존중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은 놀랍도록 용감하다”고 밝혔다.

 

◆히잡은 일부…상상초월 금기목록

히잡 강요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게이트스톤연구소가 보도한 ‘지도부에 도전하는 이란 여성들’이란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서 여성들이 하면 위험한 행동으로 춤추기, 노래하기, 악기 연주 및 남자와 악수하기 등이 꼽혔다. 연구소는 이란 여성들이 “1979년 이전에 누렸던 자유를 되찾아오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에는 전통 복장 단속을 전문으로 하는 일명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이 히잡 미착용 여성을 적극적으로 적발한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이전 몇달간 수백명의 여성이 붙잡혔다고 아시아타임스는 전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시민도 있으며 주로 보수적인 중년층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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