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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파기환송…국정농단·사법농단 재판 등 파장은?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입력 : 2020-01-30 20:30:49 수정 : 2020-01-30 2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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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직권남용 범위 좁혀… “다시 재판하라” / 문화계 명단 보고 지시 ‘유죄’ 놓고 / “의무 없는 일인지 심리 필요” 판단 / 직권남용 행위에 엄격 기준 제시

대법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직권남용죄’를 인정하면서도, 세부적인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김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핵심 관계자들의 양형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법원은 김 실장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행위 대부분을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향후 사법농단, 현 정부 관련 인사의 선거 개입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에게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정무수석에 대한 원심도 파기돼 2심을 다시 받게 됐다.

김기춘(왼쪽), 조윤선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를 정리한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공무원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돼 형량이 징역 4년으로 늘었다. 조 전 수석의 경우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 배제에 관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더해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들에게 명단 작성을 지시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직원들에게 각종 명단을 보내게 한 부분과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죄가 되는지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하거나 사람이 행사하는 권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로 ‘의무 없는 일’에 대한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제시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지시를 받는 쪽)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의무에 없는 일인지 아닌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한 강요죄 무죄와 위증(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유죄 판결은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한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된 만큼 고등법원이 향후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양형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 자체에 대해 무죄가 내려질 가능성은 없지만 형량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현 정부에 관여했던 인사들도 비슷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됐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으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이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직권남용 혐의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된 감이 있었다”며 “정치적 이념을 떠나 판례로 정립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해석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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