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층 난간에 매달려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조세 무리뉴 감독의 머리가 복잡하다. ‘에이스’ 손흥민(28)의 갑작스러운 손목 골절 부상 때문이다.
무리뉴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RB 라이프치히(독일)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언제 돌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시즌 중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시즌 막판 1∼2경기나 가능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손흥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무리뉴 감독은 “내가 세게 말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질문을 할 테니 비유를 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무리뉴 감독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지하 12층이었고, 우리는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갑자기 계단이 부서졌고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에 앞서 전력에서 이탈한 주전공격수 해리 케인의 부상을 빗댄 것이다.
무리뉴는 “위기에 빠진 우리는 건물 위로 올라갈 다른 방법을 찾았다. 기어 올라가는 것(climbing)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또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우리는 계속 올라가서 11개 층을 지나 4층에 도착했다. 우리가 올라가고 싶었던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무리뉴가 언급한 계단은 토트넘의 순위에 대한 비유다. 시즌 초반 리그 12위까지 밀려났던 토트넘은 감독 교체 등 강수를 둔 끝에 반등에 성공, 새해 들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바라볼 수 있는 4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토트넘은 현재 승점 40점(11승 7무 8패)으로 첼시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이어 무리뉴는 “그런데 이번엔 누가 와서 우리 계단을 아예 가져가버렸다. 우리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다. 4층 발코니를 붙들고 매달려 있다”라며 손흥민의 부상 상황을 빗댔다.
무리뉴 감독은 “우리에게 옵션이 두 개 있다”며 “하나는 포기해서 떨어지는 것인데, 보통은 죽는다. 왜냐하면 4층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의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무리뉴 감독은 팬들의 응원도 당부했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다. 스트라이커도 없고, 이적시장도 없다. 처음으로 서포터들에게 부탁드린다. 우리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오는 20일 홈에서 라이프치히와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를 펼친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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