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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일정 취소되고 호텔에 격리... 현지인들, ‘코로나’ 비아냥”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5 18:47:44 수정 : 2020-02-25 20: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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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세기로 귀국한 韓관광객들 / “베들레헴 호텔선 쫓겨 난 사람도 있어 / 한국인 벌레취급하고 부당대우” 분통 / 이스라엘 당국 출국조치는 ‘정중’ 평가 / 417명 간단한 검역절차 후 집으로
25일 이스라엘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크게 늘자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꼼짝도 못 했어요. 숙소에서 나오면 현지인들이 우리를 향해 ‘코로나’라고 비아냥거리며 자꾸 공항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지역 교인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다가 25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사진작가 김모(39)씨의 얘기다. 그는 “현지에서 가게 같은 곳을 출입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 주말부터 사실상 통제를 받았다”며 “우리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10분 만에 짐을 싸 전세기편으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김씨를 포함해 이스라엘로 여행을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 417명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출국조치 당해 전세기 두 편에 나눠 타고 귀국했다.

2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항공 LY065편을 탄 한국인 관광객 196명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객들이 내릴 49번 게이트에는 이스라엘 항공사 홍콩지점 관계자들이 업무지원 차 대기해 있었다. 검역관들도 질문지를 나눠주려고 미리 나와 기다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한 채 탑승교를 걸어나왔다. 이들은 건강상태 질문지에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표시하고 연락처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역 절차를 밟은 뒤 입국심사를 거쳐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인천지역 교회 교인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온 최모(57)씨는 “대사관에서 직원들이 나와 도시락과 주먹밥을 나눠줘 불편한 건 없었다. 현지 교민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고마웠다”며 “예정보다 이틀 정도 빨리 귀국하는 바람에 꼭 들렀어야 할 예루살렘은 가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한국인 여행객 221명은 1차 전세기 LY063편으로 이날 오전 9시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출국 조치가 비교적 정중하고 세심했으나 현지인들로부터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이스라엘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성지순례를 갔다가 3일 만에 귀국한 여행객 A(55)씨는 “나는 갈릴리에서 여행하다 돌아왔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은 베들레헴 지역에서는 호텔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여행객 B(68)씨는 “갑자기 일정이 취소돼 많이 놀랐다”며 “성지순례를 3일간 하고 다음 일정은 선상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는데, 그 일정이 취소되더니 바로 호텔에 격리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격리된 이후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 당국에서는 세심하게 식사와 음료도 전달해주는 등 잘해줘서 괜찮았다”며 “그런데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손가락질을하거나 벌레 취급하듯 해서 ‘우리가 세균을 옮기는 사람인가’ 싶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C(60)씨는 “음식점, 호텔도 예약을 다 했는데 입장이 안 됐다”고 했고, 신자 30여명과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기지역 한 성당 신부는 “대사관에서 숙소를 마련해줬는데 그 숙소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공항에서 노숙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국적기가 인천공항에 내린 건 개항 이래 처음이며 2편의 전세기 운행 비용은 이스라엘 정부가 전액 부담했다. 이스라엘은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지난 22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인천=추영준 기자, 홍주형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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