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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해안절벽… 다이버들 ‘잉크 블루’에 빠지다 [박윤정의 파라다이스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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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10 10:00:00 수정 : 2020-05-07 0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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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아주르 윈도’는 사라졌지만 / 펑거스 바위 등 다이빙 코스 펼쳐져 /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중경치 선사 / 치타델라 요새도시 성 안 옛 감옥 보존 / 미로 골목 속 빅토리아 교회 등 감상
산라우렌츠 지역. 신비로운 해안 절벽으로 유명하다. 자연 암초인 펑거스 바위를 비롯하여 훌륭한 다이빙 코스가 펼쳐진다. 수천 년에 걸친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석회암 구조물들을 볼 수 있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몰타공화국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93km 떨어져 있는 지중해 한가운데의 조그마한 섬나라이다. 면적은 316㎢로 우리나라 강화도보다 조금 큰 정도지만, 지중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잦은 외침과 복잡한 문화적 교류로 유명하다. 몰타공화국 행정구역의 가장 큰 단위는 ‘섬’으로 몰타섬과 고조섬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두 섬 사이에 있는 코미노섬은 인근 고조섬 관할이다. 몰타섬, 고조섬, 코미노섬에만 사람이 살고 그보다 작은 나머지 섬들은 모두 무인도란다.

 

이른 아침, 몰타섬 서북쪽에 위치한 고조섬으로 향하기 위해 분주하다. 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1시간을 달려 터미널에 도착한다. 지중해에서 수심이 가장 깊다고 하는 몰타섬과 고조섬 사이를 운항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바닷길을 파도를 가르고 햇살을 받으며 나아간다. 푸른 평원 위에 라임스톤(석회암)으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이 보인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듯한 평온한 중세의 도시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푸른 바다와 하늘 사이로 반짝이는 석회암의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고조섬에 도착한다. 몰타섬과 고조섬을 오가는 승객들로 번잡한 터미널을 벗어나니 특유의 나지막한 모래빛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고조섬 중심도시인 빅토리아는 기원전 5000년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16세기 중엽에는 오스만제국의 침입으로 주민들이 노예로 잡혀가 현재의 리비아 땅으로 강제 이주되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의 전설 속에서 고조섬은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잡아두었던 섬 오기기아로 여겨지기도 했다. 아틸란티스의 딸이었던 칼립소는 트로이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가던 중 풍랑을 만나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사랑해 자신의 섬에 잡아두지만 결국 제우스의 명에 따라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간 오디세우스는 영웅담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섬을 떠나지 못하고 연인만을 떠나보내야 했던 칼립소의 슬픔이 섬에 오롯이 배어 있는 듯하다.

길이 14km, 최대 폭이 7.25km의 작은 섬이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창밖 풍경은 어촌과 농촌 전경이 펼쳐지는 멋진 드라이브를 선사한다. 이내 도착한 산라우렌츠(San Lawrenz)지역은 신비로운 해안 절벽으로 유명하다. 자연 암초인 펑거스 바위를 비롯하여 훌륭한 다이빙 코스가 펼쳐진다. 아치 모양의 바위로 유명했던 고조섬의 랜드마크, ‘아주르 윈도’는 2017년 3월, 거센 폭풍우로 인해 바닷속으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드라마의 배경에 등장했던 아주르 윈도는 수천 년에 걸친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인해 형성된 석회암 구조물로 높이 약 100m, 너비 약 20m의 틈새를 통해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까닭에 ‘자연이 만든 거대한 창문’이라고 불려왔다.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간 아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랜드마크는 사라졌지만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 낸 굴뚝, 아치, 터널 모양의 바위들과 동굴은 해안선을 따라 여전히 아름다운 수중경치를 선사하며 다이버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맑은 시야와 따뜻한 기온, 놀라운 바다풍광이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인기 있는 해변이자 다이빙하기 좋은 장소 슬렌디 베이(Xlendi Bay)를 지나 간티아 신전(?gantija)에 도착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 중 하나로 선사시대의 석회암 사원이 보존되어 있다. 멀리 도시를 등지고 펼쳐져 있는 유적은 피라미드나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오래된 기원전 3600년경 지어진 것이란다. 신전 입구를 가늠할 수 있는 출입문의 흔적이 오랜 역사가 무색할 만큼 선명히 남아있다.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리던 제단에는 가늠할 수 없는 지난 세월이 겹겹이 쌓여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흔적은 신전 주위에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옛 세월은 수천 년이 지난 거대한 돌들에 덮여 있다.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당시 사람들의 건축 기술이 믿기 힘들 뿐이다.

신전을 떠나 빅토리아 심장부에 있는 치타델라(Citadella)의 유서 깊은 요새 도시로 향한다. 이곳은 성벽 내의 옛 감옥을 보존하고 있다. 빅토리아의 박물관(Old Prison)인 구 형무소는 빅토리아 성채에 위치하며 법원에 인접해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따라 걸으면 오래된 좁은 거리와 골목의 미로에 둘러싸여 있는 바로크 양식의 빅토리아 교회(St. George’s Basilica)를 만날 수 있다. 민속 박물관을 거쳐 로마 가톨릭 성당(Cathedral of the Assumption)과 고고학 박물관(Museum of Archaeology)을 둘러보며 고조섬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본다.

고조섬에서 아쉬운 한나절을 보내니 되돌아가야 하는 페리 시간이 다가온다. 끼니를 챙기지 못한 탓에 가이드가 안내한 유명한 전통 피자를 사 들고 서둘러 배에 오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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