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0명 중 4명꼴로 확진 후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상태 악화나 주변 피해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5명 중 1명은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로 조사됐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확진자·접촉자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경기도 내 확진자 110명, 접촉자 138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코로나19 확진자·접촉자에 대한 코로나19 인식 조사는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확진자 중 66.4%는 기존 확진자와 접촉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감염이 확인됐다. 42.7%는 증상이 있어서, 20.9%는 해외에서 입국해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장소는 직장이 51.2%로 가장 많았고, 집(44%), 교통수단(25%), 여가시설(22.6%) 순이었다. 확진자 가운데 63.6%만이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다고 답했다. 나머지 36.4%는 무증상이었다. 증상은 발열(72.9%·복수응답), 근육통(61.4%), 인후통(60%), 두통(58.6%), 냄새 못 맡음(52.9%) 순으로 나타났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에 대한 질문에 확진자의 43.6%는 ‘충격’이라고 답했다. 이어 ‘불안’이 35.5%였고, 슬픔 9.1%, 공포 6.4%, 분노 4.6% 등이었다. 마스크 착용 등 수칙을 잘 지켰는데 확진 판정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거나, 막연히 주변의 일로 치부했는데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에 현실감이 떨어져 충격이 왔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마스크도 잘 끼고 놀지도 않고 일만 했는데 모르는 사람 때문에 감염돼 화가 난다거나, 치료제가 없어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을 이야기했다.
접촉자의 경우는 불안이 5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격 26.1%, 분노 10.3%, 공포 8.5% 등이었다. 이들은 직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알리지 않고 출근을 시켜 분노를 느꼈다고 답했다. 자가격리로 인한 경제적 문제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는 답도 있었다.
두려움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확진자들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3.87점으로 가장 높았다. 완치 후 재감염 두려움이 3.46점, 완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2.75점이었다. 접촉자 대상 조사에서도 비슷했는데 접촉자의 경우 ‘감염 확진이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3.77점으로 가장 높았고, ‘접촉자라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비난과 피해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3.53점으로 뒤를 이었다. 확진자들은 ‘감염책임이 환자 자신에게 있다’는 항목에 9.1%, 접촉자는 18.1%만 동의했다. 일반인은 같은 질문에 30.7% 그렇다고 답해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 스트레스도 겪고 있었다. 트라우마 스트레스 측정도구(PDI)로 점수를 매긴 결과 후속 모니터링이 필요 없는 집단은 10.9%에 불과했다.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이 61.8%였고, 27.3%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는 일반인 1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격리 중 감정적,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가족’이었으며, 지인, 친구로 대표되는 ‘주변’의 위로와 격려도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대응 및 지원에서 개선되기를 바라는 사항에 확진자들은 인권 보호(84.6%), 심리 정신적 지원(80%)을, 접촉자들은 경제적 지원(78.5%), 조기발견(78.2%)을 꼽았다.
유명순 교수는 “확진자들은 자신이 주변에 피해를 끼쳤다는 자책과 슬픔, 자신을 이렇게 만든 기존 확진자에 대한 원망 등의 감정이 중첩된 모습을 보인다”며 “다양한 출처와 경로의 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과도하게 감염병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나 접촉자가 정서적 고립을 겪지 않도록 지원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확진자의 스트레스에 대한 전문가 도움과 지원도 간과돼선 안 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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